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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 칼럼]‘울산 디스토피아’

청년·여성 일자리 부족, 탈울산 가속화 노동구조 혁신·연구개발 역량 제고 등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2024-05-28     경상일보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울산대공원에는 형형색색의 장미꽃들이 만발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 숲에도 죽순들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은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봄날의 따스한 햇볕을 즐기고 있다. 전국 최고 소득수준의 산업도시 울산의 여유로운 풍경이다.

울산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3대 중화학 산업의 메카이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이다. 그래서 울산시민들은 산업수도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이나 충청지역의 부상으로 그 위상이 조금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울산시민은 낙관적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여기에는 제조업의 특성상 경기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향국면도 있지만 머지않아 상승국면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3대 산업에 종사하는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은 단기적인 경기변동과는 상관없이 유지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울산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나쁜 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자 도시’ 울산의 여유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젊은 세대의 인구유출이 증가하고, 노동자들 간의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울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산업도시 울산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최근 출간(<울산 디스토피아·2024 양승훈>)됐다. 저자는 다양한 통계를 분석하고, 시민과 전문가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울산의 불안한 미래를 진단하고 있다. 책의 제목인 디스토피아(dystopia)가 이를 상징한다.

이 책이 분석한 제조업도시 울산의 핵심문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3대 주력산업의 연구개발 기능이 대부분 수도권으로 이전해 울산은 단순한 생산기지 역할만 하게 되었다. 강력한 노조의 힘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임금을 성취했으나, 이는 정규직 일자리의 축소와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켰다. 또 정규직 기회와 괜찮은 일자리가 현저하게 사라진 상황에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이탈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여성 일자리가 극히 부족해 커리어의 지속을 원하는 고학력 여성들은 수도권으로 향한다. 결국 울산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떠나고, 이를 이주노동자와 고령인구로 구성된 하청노동자가 메우고 있다. 그래서 현재 울산은 제조업의 메카가 아니라 생산 하도급을 수행하는 생산하청도시에 불과하며, 이대로 가면 울산은 쇠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통렬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최근 울산시는 20조원의 투자유치 실적을 올리는 등 친기업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울산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가 일자리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원하는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울산대와 UNIST를 졸업한 청년들이 울산에서 원하는 직장을 얻고 이를 토대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울산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울산은 전국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은 지역이다. 고학력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 요즘 조선업 호황, 샤힌 프로젝트 등으로 울산에 노동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이거나 일용직이다. 새로 늘어난 일자리들이 울산 젊은이가 원하는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울산의 미래는, 청년 일자리 더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20~30대의 울산 이탈을 막는 것에 달려 있다. 단순히 기업의 투자 규모나 일자리 숫자에만 매달려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전면적인 변화 없이 제조업의 메카라는 ‘과거의 영화(榮華)’에만 매달려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울산의 노동구조를 혁신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제고하는 등 울산의 산업구조를 개조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산업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아무리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투자를 유치해도 오히려 울산의 ‘디스토피아’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