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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43)]비익조(飛翼鳥) 연리지(連理枝)

2024-05-28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논설위원

국가정원에 꽃양귀비가 붉게 피었다. 지난 5월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에는 30만명이 다녀 갔다고 한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꽃양귀비는 선홍색의 붉은 빛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연 양귀비의 자태를 닮았다.

꽃양귀비는 ‘양귀비’라는 이름 때문에 아편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꽃으로는 마약을 만들 수 없다. 당국의 규제도 없다. 그러나 꽃의 자태가 아름다워 마약과 같은 효과를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다.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며느리였다가 후궁이 되었다. 외모는 물론 가무에도 뛰어나 현종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았다. 양귀비는 이름이 아니라 양(楊)씨 성에 귀비(貴妃)라는 직함을 붙인 호칭이다. 실제 이름은 옥환(玉環)이다. 현종이 양옥환을 귀비(貴妃)에 봉했을 때 양귀비의 나이는 27세, 현종은 61세였다. 현종은 그녀에게 ‘해어화(解語花)’라는 별명을 붙어 주었다.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양귀비와 꽃양귀비(사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자세히 보면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는 꽃대에 솜털이 없이 아주 매끈한 반면 꽃양귀비는 온 몸이 솜털로 덮여있다. 또 잎이나 꽃대, 꽃이 진 열매에 상처를 냈을 때 하얀 진액이 나오면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이며, 하얀 진액이 나오지 않으면 꽃양귀비이다. 잎이 넓고 톱니모양이며 열매가 크고 둥글면 마약성분 양귀비, 잎이 가늘고 깃털모양이며 열매가 작고 도토리 모양이면 꽃양귀비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장편 서사시 ‘장한가(長恨歌)’로 노래했다. 장한가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마지막 구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표현이다.


하늘에선 날개를 짝지어 날아가는 비익조가 되게 해주소서(在天願作比翼鳥)
땅에선 두 뿌리 한 나무로 엉긴 연리지가 되자고 언약했지요(在地願爲連理枝)

비익조(飛翼鳥)는 날개가 하나뿐인 전설 속의 새로, 한쌍이 함께 해야만 날 수 있다. 연리지(連理枝)는 두 나무가 위에서 붙어서 한 나무가 된 것을 말한다. 현종과 양귀비는 하늘에 있으면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 있으면 연리지가 되기를 기원했다.

5월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가정원 드넓은 들판에 꽃양귀비가 지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