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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가정의달 끝자락, ‘아동학대 제로 울산’을 생각한다

2024-05-30     경상일보
▲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울산은 본의 아니게 아동학대의 상징적 지역이 된지 오래다. 2008년 2월 당시 6살이었던 서준이와 2013년 10월 8살에 불과했던 서현이가 아동학대로 사망하면서 각종 매스컴에 울산은 아동학대 취약 지역인 양 비쳤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학대 속에서 두 아이가 사망하고 난 뒤 나타난 사회적 충격과 공분은 국회를 움직였다. 서준이가 사망한 그 해 안홍준 국회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안)’이 통과됐고 이후 울산은 2021년 2096건을 정점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 수가 줄었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단 한 건의 아동학대로도 얼마든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대표 지역이라는 낙인이 남아 있는 지금 울산시는 그만큼 촘촘한 예방 대책을 세워 불명예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관련해서 서울시가 올해 발표한 대응 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위기 징후 아동 조기 발견부터 피해 아동 보호와 재학대 방지를 위한 대응체계를 강화해서 ‘아동학대 제로 서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는 아동학대 행위자의 82.7%가 부모(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라는 점을 감안해서 조기발견, 보호·회복 지원, 인프라 확대, 예방·홍보에 이르는 전 과정을 확대·강화한다고 밝혔다. 사회보장 빅데이터와 임시신생아번호 활용은 물론 고위험군 아동 유관기관 합동점검을 연중 실시한다. 스스로 의사표현이 어려운 만 2세 이하 위기아동 조사는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기능이 구축되는 대로 이르면 7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가족유형·지역별 특징을 분석해 양육 공백이 우려되는 가정을 추출한 뒤 이를 자치구별로 실시할 계획이기도 하다. 위기 징후 가정은 직접 방문해 양육환경과 복지욕구 등을 점검하고 지원이 필요한 경우 학대신고과 함께 복지서비스 연계 등 후속 조치를 실시한다. 재학대 예방을 위해 방문형 가족회복사업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사례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학대 사례가 아니더라도 가족 간 관계 개선이 필요하면 부모교육과 양육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족 간 갈등이 학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서울시는 아동학대 관련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일시보호 시설 4개소, 아동보호전문기관 2개소, 학대피해아동쉼터 2개소를 더 늘리기로 했다.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도 눈에 띈다. 아동학대 대응 유관기관인 경찰청, 교육기관, 의료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서 현안·상황별 즉각 대응과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올해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을 20개 시·군·구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해서 조금 더 남다른 노력을 보이길 권한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