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기자수첩]불황의 증거인가 아니면 반등의 전조인가

2024-06-04     신동섭 기자
▲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지난달 28일 울산 울주군 선바위 공원 내 위치한 선바위 휴게소 일원에 검은 대나무를 뜻하는 ‘오죽’ 꽃에 대한 기사가 보도(본보 5월29일 1면)됐다. 오죽 꽃 개화에 대한 정보만을 들은 채 무작정 현장을 찾았는데, 주차장 바로 뒤 휴게소를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맨 끝에 목적지를 발견했다. 주위를 둘러싼 대나무로 인해 몇십m 인근의 목적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처음 본 오죽 꽃은 얼핏 볍씨처럼 생겼다. 오히려 눈길이 가는 것은 검은색 광택의 오죽이었다. 비단과 금속 광택이 반반 섞인 듯한 오죽은 보자마자 ‘단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내 전문가를 수소문해 오죽 꽃에 대해 취재해 보니 오죽 공식적인 개화 사례가 드물었다. 까마귀 오(烏)자를 사용하는 오죽은 검은 대나무라는 뜻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 비견될 정도의 기간마다 개화하는 대나무의 특성으로 인해 개화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조차 어렵다. 연구자들조차 조선왕조실록 등 과거 문서를 토대로 연구하지만 개화 시기의 토질, 습도, 온도 등 현재로서는 당연한 부분들이 과거에는 기록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연구는 최근에서야 이뤄지고 있다. 최근 연구자들은 대나무 개화가 이상기후가 아닌 생리적 특성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대나무 개화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은 수 세기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사를 마무리하자 오늘도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과 뿌듯함이 남았다. 오산이었다. 다음 날부터 회사로 오죽 꽃 개화 장소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 왔다. 이튿날부터는 개인 전화로도 문의가 빗발쳤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 선바위 공원 일대에는 오죽 꽃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곧바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인터뷰에 나섰다. ‘신기한 것’을 보러 온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출산, 취직, 금전 등 다양한 사유로 ‘길조의 기운을 받고 싶다’ ‘행운을 빌고 싶다’는 답변을 했다.

곧바로 홍수처럼 범람하는 고물가에 대한 기사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단순한 텍스트만으로 물가가 비싸다는 생각만 했지, 현장에서 미신이라도 일말의 희망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본 것은 처음이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 같았다.

대나무 꽃은 생리적 특성상 60~100년에 한 번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신비한 현상에, 예로부터 대나무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겼다. 그 설화처럼 울산에도, 나라에도 지금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