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발언대]잘 만든 캐릭터가 지역경제를 살린다

2024-06-05     경상일보
▲ 이명녀 울산 중구의회 의원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해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짓는다. 세상에 살아있는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운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피그말리온은 진심으로 사랑했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그 사랑에 감동해 결국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이 이야기를 통해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유래했고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쌓이면 결과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 중구가 만든 ‘울산큰애기’ 캐릭터 역시 피그말리온이 만든 갈라테이아 조각상 못지않게 주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덕에 캐릭터지만 어엿한 7급 공무원 신분도 얻었고 많은 인기를 끌며 중구를 알리는 귀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 울산큰애기가 받는 사랑이야말로 전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울산큰애기가 세상에 모습을 선보인 지도 벌써 8년째다. 처음 큰애기가 탄생했을 때만 해도 주근깨 가득한 촌스러운(?) 모습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귀여움과도 다소 거리감 있어 보이는 외모에 과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우도 잠깐,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우리 동네 캐릭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제38회 서울국제관광전에서도 최우수 캐릭터상을 받으며 이제 중구를 넘어 울산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 어린이날 행사에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최고의 관심을 받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이제 중구의 상징 울산큰애기가 사람들로부터 받는 관심과 사랑을 어떻게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울산큰애기에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지역경제를 위해 공헌해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공무 출장길에 일본 구마모토현을 찾아 그곳의 대표 캐릭터 ‘쿠마몬’을 만난 바 있다. 곰을 모티브로 지난 2011년 탄생한 쿠마몬은 우리 울산큰애기와 유사하게 공무원의 신분을 갖고 전철역과 전차, 버스는 물론 가게, 호텔과 같은 관광시설과 동네슈퍼, 심지어 초·중·고등학교에서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게다가 인형은 물론 라면과 생수, 학용품, 커피, 술, 과자 등 거의 모든 상품에 쿠마몬이 등장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구마모토현 경제의 근간인 농업을 살리는 일에 쿠마몬이 적극 활용되며 캐릭터 사용은 무료로 허용되지만 대신 ‘구마모토현의 농업이나 관광업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세운 상생 전략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쿠마몬 캐릭터 하나로 연간 1700억엔, 우리 돈으로 1조5800억원에 달하는 수입이 창출되고 있다. 말 그대로 쿠마몬 경제가 만들어진 셈이다.

더 이상 울산큰애기가 구청 행사의 관객몰이용 ‘얼굴마담’이 아니라 홍보전략의 주체가 되어 관광지를 알리고 맛집을 소개하며 전통시장 상인들과 함께 영업하는 수익 창출의 모델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쿠마몬처럼 재난 현장을 찾아 위로하고 아픔을 공유하는 ‘감동의 매개체’로, 때론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희망 전도사’로, 어르신들과 함께 웃음을 나누는 ‘행복 나눔이’로 울산큰애기가 늘 주민 속에서 함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SNS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전국 각지를 돌며 울산 중구를 알리고, 관광지를 소개하며 비즈니스를 펼칠 때 ‘진짜 잘 만든 캐릭터’로 부러움을 살 수 있다. 최근 경주 황리단길에서 펼친 울산큰애기 팝업스토어야 말로 대표적인 ‘잘된 비즈니스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1만 중구민과 중구청 공무원, 그리고 중구의회가 함께 간절한 사랑을 담아 만들어 갈 ‘울산큰애기 효과’야말로 피그말리온 효과를 넘어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낼지 모를 일이다. 캐릭터 하나만 잘 만들어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명녀 울산 중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