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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86)]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지혜로움

2024-06-07     경상일보
▲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조선의 열 번째 임금 연산군은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의 목패를 만들어 조회에 참석하는 신하들의 목에 걸도록 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연산군이 인용한 시는 풍도의 <설시(舌詩)>로 전문은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네 몸이 가는 곳마다 편안하리로다”이다.

풍도는 중국의 5대 10국 시절 다섯 나라 여덟 성씨를 가진 11명의 임금을 섬기면서(五朝八姓十一君) 20년 동안 재상을 지낸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그는 기회주의자라는 일부의 평판에도 불구하고 오직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정사에 임했고 임금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때로 간언과 아첨도 필요에 따라 마다하지 않았다.

풍도는 말을 할 때에는 ‘진실한가? 필요한가? 친절한가?’라는 세 가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 뒤 자신이 세운 그 세 가지 기준에 맞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고 해서 다 말할 것이 못 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고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 된다. (중략) 세 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솝 우화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도 소의 혀이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요리도 소의 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비자는 화도 복도 모두 나의 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했다. 입은 말을 하라고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말을 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해야 되는 말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하지 않으며, 현명한 사람은 남을 위하는 말을 하고 남을 해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내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 공부이며, 사람으로 하여금 옳고 그름을 잘 알아서 옳은 것은 행하고 옳지 않은 것은 행하지 않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시비가 하루 종일 계속되는 데도 듣지 않으면 스스로 사라진다(是非終日有 不聽自然無)’라고 했다. 가끔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