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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칼럼]대통령실 출입기자의 ‘변명’

尹대통령 열정과 진정성 없지 않아 국정운영 우선순위 분명히 설정하고 프로 참모들과 국민만 보고 전진해야

2024-06-10     김두수 기자
▲ 김두수 서울본부장

미국의 44대 대통령(2009~2017)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6년 10월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을 출간한 뒤 전국을 누볐다. 그의 꿈은 세상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생계를 꾸려갈 만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병들어도 파산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끝내 꿈을 이뤄냈고 연임에도 성공했다. 백인사회가 주류인 미국에서 케냐 출신 흑인의 한계를 극복한 오바마의 리더십이 전설이 된 지 오래다.

미국 전미정치학회(APSA) 회원 등 전문가들이 지난해 11월15일~12월31일 역대 대통령 45명의 업적을 평가한 설문 결과, 오바마는 상위권인 7위에 랭크됐다. 1위는 노예해방을 이끈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2위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3위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현직 존 바이든은 14위, 꼴찌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가장 분열적인 대통령’ 항목에서도 트럼프는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상위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 초반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돌입했다. 최근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 지표는 20~30%대 수준이다. 4·10 총선 참패 뒤에도 당정의 한 축인 국민의힘은 한가로울 만큼 여유로워 보인다. 차기 당권을 놓고도 ‘친윤·비윤’ 득실 계산에만 골몰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의 저녁초대’를 가졌다. 손수 김치찌개를 만들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참모들도 직접 고기를 구워 기자들을 대접하면서 자연스레 대화도 이어졌다. 이후 대통령의 ‘김치찌개 뉴스’는 실시간 상위권에 올랐다. 이 때부터 여야 정치권 인사는 물론 지인들과 만난 자리마다 필자에게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대통령이 진짜 소통하려는 자세는 어떠한가” “김치찌개 맛은 좋더냐” 심지어 “대통령과 출입 기자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짝짜꿍’ 아닌가”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야권의 한 유력 인사는 작심하고 따지듯 캐물었다.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의 잘못을 왜 추상같이 비판하지 않나?”. 이러한 가시 돋친 물음엔 출입기자로서 피할 수도 없는 현실로도 이해된다. 더욱이 4개 정부(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대통령실을 출입해 온 경험과 결부시켜, 전직 대통령들과의 비교평가 요구 역시 때론 고충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필자가 본 윤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가? 출입기자라 해서 국정운영의 모든 것을 꿰뚫고 분석할 수는 없는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방식의 차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상징적인 사진 한 장이 기억난다. 13년 전인 2011년 5월. 9·11 테러리스트 두목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기 위한 ‘넵튠 스피어 작전’ 때다. 최고 지휘관인 마샬 웹 공군 준장에게 상석을 내준 오바마가 국무위원장 힐러리는 물론 참모들의 맨 끝에서 ‘쪼그려 앉은 채’ 위성으로 전해오는 현장 스크린을 주시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타임지가 선정한 ‘인류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영향력 있는 100장의 사진’으로 기록된다.

집권 3년 차 윤 정부는 아직 절반도 안 찬 물컵과 같다. 국민을 위한 더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윤 정부가 무엇을 우선 하려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듯하다.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 국정운영 최우선 순위를 1~5개 정도는 분명히 설정하고 국민의 공감을 확보해야 한다. 그 다음은 검증된 최고의 기량과 책임감이 강한 프로 참모들의 전진 배치다. 최고의 축구 플레이어 손흥민과 같은 프로 정신과 공감 능력을 겸비한 당·정·대의 라인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장·차관과 핵심 참모들을 프로로 교체한 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전진할 때다. 하루라도 빠르면 좋다.

김두수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