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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불더위 뒤 무더위 온다

2024-06-13     경상일보
▲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여름 초입부터 볕이 강한 불더위가 기승이다. 대구와 울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10일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하루 만에 호남과 수도권, 경북 11개 시군 등으로도 빠르게 확산됐다. 작년보다 일주일 빠른 것이다. 기상청은 2008년부터 폭염특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 최고기온이 33℃가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폭염 주의보를, 일 최고기온 35℃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폭염경보를 발표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기온 자체만을 반영하는 폭염특보 기준을 실제 체감더위를 반영한 습도와 기온과의 상관성을 토대로 한 폭염특보기준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그리고 2020년부터 일 최고체감더위가 33℃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폭염 주의보를, 일 최고체감더위가 35℃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폭염 경보를 내리는 조건의 시범운영 기간을 가진 뒤, 지난해부터 새로운 폭염특보의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 최고체감더위와 일 최고기온의 차이는 크다. 33℃에서 습도가 50%였을 때, 실제 체감더위가 33℃라면 여기에서 습도가 10% 올라갈 때마다 체감온도는 1℃씩 상승하고, 습도가 10% 낮아질 때마다 체감온도는 1℃씩 내려간다. 같은 33℃라도 80%의 습도에서는 폭염경보가 내려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기는 했지만, 실제 기온보다 중부지방의 경우 체감 더위는 실제 기온만큼 오르지는 않았다. 이 말은 즉, 아직까지는 불만 강한 불더위로 습도가 높은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여름이 걱정이다. 지정학상 위치로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는 여름 한철 많은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장마현상을 함께 겪는다.

우리나라보다 한 달 정도 앞서 시작되는 일본 남단 오키나와는 장맛비가 시작됐다. 다음 주 일본 본토를 거쳐 우리나라에도 평년수준의 6월19일쯤 장맛비가 시작되겠다. 장마가 시작되면 더위가 우리나라도 남쪽 바다의 중심을 둔 덥고 습한 공기의 지배를 받게 된다. 즉, 앞으로 찾아오는 더위는 불같이 뜨겁기도 하지만, 습도가 높아 내 몸을 찌는 듯하게 만드는 물더위가 되겠다. 마치 동남아처럼 말이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는 패턴 속에 올해는 지난 겨울 극심하게 발달한 슈퍼 엘리뇨의 잔재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에 푹푹 찌는 여름철 폭염과 폭우를 막강하게 예고하고 있다. 7월은 장맛비의 영향으로 폭염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단속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장마가 끝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높은 기온과 함께 바다에서부터 밀려 들어오는 습한 공기로 숨 막히는 물더위가 찾아올 것이다. 늦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대비에 힘써야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