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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파격(破格)

2024-06-14     경상일보
▲ 이지현 울산 남구의회 의원

파격(破格)이란 기존에 정해진 생각이나 틀에서 만들어진 격식(格式)을 깨뜨리거나 벗어나는 것을 말하고, 파격적(破格的)이라 함은 정례(定例)를 벗어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2007년 국가혁명당 허 모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걸었던 결혼 수당 1억원 지급과 출산 수당 3000만원 지급 공약은 당시 ‘우주 대환장’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황당한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됐고,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17년 전 그의 대선 공약은 황당 그 자체가 아닌 미래를 대비한 파격(破格)적인 공약이 아니었나 하는 자조 섞인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인력 부족뿐만 아니라 소비, 투자, 주택 시장 등 국가 경제 전반과 국방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을 시작으로 매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지금까지 저출생 문제 대응으로만 무려 30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급속하게 진행되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또한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최근 울산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울산 인구는 2015년 117만명에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110만명 선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그러나 2052년이 되면 울산의 인구는 83만명으로 줄어들고, 생산연령인구 또한 40만명대가 되어 절반이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울산 중심에 있는 남구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남구 인구는 2013년까지 35만명에 근접했지만, 그 후 해마다 감소해 현재 30만명을 조금 넘기고 있으나 내년이면 그 마저도 무너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비록 2028년까지 남구 내에서 추진되는 민간 공동주택 공사가 마무리되면 1만8000여세대가 입주하게 되고 4만여명의 인구가 남구에 재유입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합계출산율 감소와 청년인구의 역외유출 그리고 급속한 고령 인구의 증가는 울산과 남구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구가 이러한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수립한 인구정책 추진계획을 보면, 우선 저출생에 대응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보육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노후 소득보장과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 건강한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울산시와 남구는 공통으로 청년이 머물고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일자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특히 여성을 위한 서비스업 기반의 일자리를 확충해 청년과 여성의 탈울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책이거나 청년들이 그 정책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발길을 다시 울산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이나 청년희망주택 건립지원은 청년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 위치가 도심 외곽이라면 입주를 망설일 것이다. 교육과 문화를 비롯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 속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이 제공되고, 또 그곳에서 아이를 낳으면 임대료 감면의 혜택과 함께 일정한 시기까지 무상으로 살 수 있는 사용권을 부여해 주는 파격(破格)적인 정책이 추진된다면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최근 울산의 인구감소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 시대 청년과 여성들이 원하는 파격(破格)적인 정책의 시행으로 울산의 인구유출이 멈췄다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이지현 울산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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