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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22)시어머니 며늘아기 나빠-작자미상

2024-06-14     차형석 기자

시어머니 며늘아기 나빠 땅바닥을 구르지 마소

빚에 받은 며느린가, 값에 받은 며느린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휘추리나 같이 앙상궂은 시아버님, 볕 쬔 쇠똥같이 말라빠진 시어머님, 삼년 결은 노망태기에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님, 당피 간 밭에 돌피 난 것같이 샛노란 외꽃 같은 피똥 누는 아들 하나 두고,
건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하시오.


며느리 구박하는 시집식구들 나무람

▲ 한분옥 시조시인

참 세월도 많이도 바뀌었다. 요즘 세월에 어디다 두고 며늘아기를 구박하랴. 며느리가 상전이지 상전이고말고요. 오직 한 집안에 둘도 없는 하나 아들 받들어 시집와서 손끝 여물어 다독다독 살림 이뤄 번들번들 부엌살림에 안방살림 반들반들 닦아가며 사는 모습 어찌 이쁘지 않는가. 또 하며 두꺼비 같은 자식 낳아 안고 들어오니 해가 동쪽에서만 뜨는 게 아니라 집안에 또 하나 둥그런 해가 뜨니 어찌 경사가 아니랴.

시어미 역시, 금쪽같은 아들 낳아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 길러, 학벌 갖추고 직장 갖춰 놓으니 며늘아기 들어와 다 꿰어 찾다 싶으면 심술도 날만도 하겠지만 아니올시다.

며늘아기도 당연 금쪽같은 딸로 자라 사회인으로 우뚝 자라 성씨 하나타고 남의 가문에 시집와서 어른 섬기고 남편 받들어가며 자식 낳아 살림 하느라 인생의 고비고비 넘어가며 살아가는 데 어찌 힘 드는 일은 왜 없을까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가.

내 귀한 딸도 남의 며느리 되고, 내 우뚝한 아들도 며늘아기의 남편이니 혈연으로 맺어진 인연이 어찌 중하고 귀하지 않겠는가.

주렁주렁 자식 낳아 자손만대를 이어갈 기름진 밭인데 어찌 이쁘지 않을까.

밤나무 등걸에 난 회초리와 같이 매서운 시아버지에, 볕 쬔 쇠통같이 말라빠지신 시어머니에다,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에, 그 차 중애 샛노란 외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 두고 뭐에 그리 심술이 난단 말인가.

위 사설시조에서 수 천 년 세월의 인심을 익는다.

오죽하면 ‘며느리 발뒤꿈치 계란 같다’고, ‘저 미운 년 속에 어찌 이리도 이쁜게 나오냐’고, 손자 이쁜 줄만 알던 시어미 심정을 담아낸 속담이 있겠는가.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