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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45)]황우(黃雨) 상기시키는 붉은뿔점버섯

2024-06-17     경상일보
▲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면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다. 필자가 대학원 시절 실험실 한쪽에서는 다이옥신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TCDD와 현재 보톡스의 원료가 되는 보툴리눔 독소, 또 한쪽에서는 T-2독소를 연구했다.

T-2독소는 트리코테신계 독소로 1975년 당시 공산화된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친미 반군세력 원주민을 소탕하려고 소련 측에서 만들어 사용한 생화학무기인 황우(Yellow rain)의 치명적인 곰팡이독 성분이었다. 당시 T-2독소 해독에 대한 연구는 북한군의 사용 가능성에 대한 대책의 일환이기도 했는데, 그 곰팡이가 잘 자란다는 ‘오트밀’을 국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우리는 서울의 남대문 도깨비시장을 뒤지고 다녔다.

야생버섯 연구에 심취하면서 식용버섯과 독버섯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치명적인 독버섯으로 손꼽히는 버섯 중 하나가 붉은뿔점버섯 (옛 붉은사슴뿔버섯)이다. 이 버섯의 유독성분도 T-2독소와 같은 트리코테신계 독소이다. 곰팡이도 버섯과 같은 균류에 속하므로 새삼스런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버섯에서 똑같은 물질을 만든다는 사실이 흥미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 현란한 자태에 맹독을 지닌 붉은뿔점버섯.

우리나라 버섯 연구의 태두 김양섭 박사는 “붉은뿔점버섯은 절대 만지지 말고 맛을 봐서도 안 된다”면서 “그 동안의 많은 버섯 연구에서 불로초(영지)가 재생불량성 빈혈의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와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혼재된 붉은뿔사슴버섯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붉은사슴뿔버섯과 영지버섯은 어릴 때 모양이 흡사한데다 발생하는 장소와 시기도 겹쳐 영지버섯 전문 채취꾼들도 오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6월이면 장마가 시작되면서 불로초가 하나둘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는데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일이다.

트리코테신계 독소는 강력한 급성독성, 피부독성, 골수의 조혈조직 파괴, 면역 저해작용이 있어 사람 및 가축 등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양날의 검처럼 붉은뿔점버섯의 독소 중 하나인 로리딘E는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특성이 밝혀져 유방암 치료제로의 활용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