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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영어? 못 할 수가 없구나!

2024-06-26     경상일보
▲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긴장 가득했던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학생도 교사도 5월 햇빛에 쉴 틈도 없이 과정형 수행평가로 바빠진다. 학생들은 체육 한마당을 위한 예선전하랴, 매주 계획된 과정형 수행평가를 준비하랴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다. 나 역시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중간고사를 끝낸 학생들과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를 시작했다. 현재 우리 영어교육에서 영어 말하기를 바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수업시간 중에 배운 내용을 통합영어 학습법에 맞추어 충분히 연습하고 저장해 영어로 말하듯이 영어 본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영어를 읽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외워 발표하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서 난이도를 상, 중, 하 3개의 단계로 나누었다. 가장 쉬운 단계는 영어 본문을 보며 읽기만 해도 되고, 가장 어려운 단계가 영어 본문을 통합영어 학습법으로 연습한 후 외워서 발표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하면 된다고 여러차례 안내했지만, 처음 시작한 반의 학생들 모두가 가장 어려운 영어 말하기로 수행평가에 참여했다. 한두 명의 학생이 좀 어려워하긴 했지만, 따로 만나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해석을 하며 내용을 한 번 더 짚어주었더니 곧잘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그저 ‘우리 학교 학생들이 대단하네, 참 신기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이어 다른 반도 수행평가를 실시했다. 평소에 영어가 너무 싫고 영어공부가 힘들어서 수업을 거의 듣지 않는 학생이 있었다. 하루는 공부할 시간에 게임 동영상을 보고 있길래 깜짝 놀라 물어봤더니, “선생님, 저는 공부를 내려놓았어요.”라고 힘없는 한마디를 하며 그렇게 게임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자신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공부를 내려놓았다는 학생의 한마디에서 공부가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들었으면 ‘내려 놓았다’는 표현을 썼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그날 처음으로 다른 학생들처럼 영어를 따라 읽고 해석을 한 후에 아주 당당하게 말하기 수행평가를 치고는 만점을 받는 것이 아닌가!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학생은 덤덤한데 오히려 내가 더 깜짝 놀랐다.

그 이후 수행평가를 하면서는 안 된다고 포기하려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천천히 다시 영어를 읽게 하고 같이 해석했더니 정말 다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보고 같이 연습하고 그리고 기다려 주었더니 아이들은 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나를 따라하고 결과적으로 모두 만점을 받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고 해낸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느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못할 수는 없구나.”하고 말이다. 내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좀 더 기다려 주면 누구라도 영어를 다 할 수 있다, 아니 못 할 수가 없다 라는 나의 깨달음이 이번 학기 나의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