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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18)]화성 화재 참사, 외국인 근로자 산재대책 필요하다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서 대형 참사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 무허가 불법파견 의혹까지 확산일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 늘며 산재도 증가 정부차원의 산업 위험성 재분류·점검 위험물질 취급 사업장 안전 규정 마련 재난사고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 않도록 감독 강화해야

2024-06-28     경상일보
▲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지속가능경영연구원장

지난 24일 오전 10시31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면적 2362㎡, 3층 철콘조기타지붕 건물로 리튬을 취급하는 곳으로, 이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6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기소방당국은 화재 직후인 오전 10시54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큰 불길은 화재 5시간가량 만인 오후 3시15분 잡혔고, 다음 날인 25일 오전 8시41분 불을 모두 진화되었다.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 중이지만, 사망자 대다수가 출입구가 아닌 반대편 공장 내부에서 발견되면서 기본적인 사업장 내 안전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다시는 이렇게 비극적이고 참담한 산업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화재·폭발 위험성이 큰 전국의 사업장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관리 당국과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소방당국은 이미 아리셀에서 불이 날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조사서에 이번 화재가 발생한 3동에 대해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를 제기했었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받던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컨설팅 위탁업체가 지난 3월28일 해당 공장을 방문해 1차 컨설팅을 진행했고, 사고 다음 날 2차 컨설팅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리튬전지와 수소 등 위험성이 큰 신종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리튬염화티오닐은 화재나 폭발시 다량의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수소가스 등을 만들어내고 불화수소와 같은 독성 가스와 1000도 이상의 고온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위험 물질을 사용하는 공장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화학사고 공정안전관리,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예방관리계획서 작성·심사,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물취급소 인허가 제도 운영 등 관련 법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해야 한다.

더구나 31명의 사상자를 낸 아리셀에 일용직 노동자를 파견한 인력업체 메이셀은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아리셀은 메이셀과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도급계약서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 아리셀과 하청 메이셀은 각각 1차전지 제조 및 판매업, 1차전지 제조업으로 업종이 등록돼 있는데 주소지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사망자 18명은 외국인 일용직근로자에 무허가 불법파견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퍼지면서 사각지대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희생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재외동포(F-4), 방문취업(H-2), 영주(F-5), 결혼이민(F-6) 자격으로 일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에서는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외국인 고용은 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만 제한돼 있으며 특례고용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메이셀과 아리셀 모두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리셀처럼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에 현장에서 이러한 안전교육이 이뤄지는지 점검하기는 실제로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사고 이틀 전에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대로 된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조치가 취해졌는지에 대해서 수사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난으로 정부는 매년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 공급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12만명 대비 4만5000명이 늘어난 16만5000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에 비해 3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지면서 산업재해 사망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812명) 10.5%에 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근로자의 모국어로 반드시 작성해서 부착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도 고용허가제(E-9) 송출국 16개국 언어로 제작된 각종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우리나라는 안전한 일터일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히 평가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실상 불법파견 형태로 근로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한 공정이 외주화를 넘어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산업재해의 더 큰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불법파견은 미흡한 안전관리로 이어지며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더구나 외국인의 경우 언어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해위험 관리를 소규모 사업장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한 조치이다.

정부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산업 위험을 재분류하고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형 재난사고가 반복적으로 유형을 바꿔가며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이며, 어떻게 해야 이러한 후진적인 인명피해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지속가능경영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