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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24)청산리 벽계수야-황진이

2024-06-28     차형석 기자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거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랴.
-<청구영언> <해동가요>



덧없는 인생, 함께 쉬어간들 어떠하리

▲ 한분옥 시조시인

인생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함은 천리(天理)요,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 또한 자연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뒤에서 누가 잡아채기라도 하는 듯이 달아난다. 그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누 떼가 사나운 짐승에 쫓기어 내달리듯이 뒤 돌아 볼 여유는커녕, 이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악어 떼에게 뒤 다리를 물릴 것 같은 공포에 질린 기세로 내달린다.

덩달아 나도 너도 모두가 내달린다. 성질 급한 이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뛰기도 한다.

청산 속에서 흐르는 푸른 냇물도 마찬가지 주야로 흐른다. 물이야 흘러흘러 망망대해 바다로 가면 큰물에 놀다가 다시 수증기로 상승할 기회가 있기도 하건만, 태어날 때 받아놓은 인생 백년이야 흐르는 물에 비하면 너무도 잠깐인 것을.

조선의 명기 황진이는 인간 벽계수를 푸른 시냇물 벽계수에 빗대어 빨리 흘러간다고 자랑 마라고 크게 한번 꾸짖는다.

한 번 넓은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청산으로 돌아오기 어려우니 밝은 달, 황진이의 기명(妓名)인 명월(明月)이 산에 가득 차 있는, 이 좋은 밤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공산(空山)에서 나와 함께 쉬어감이 어떠냐고 권한다.



벽계수(碧溪守, 1508년~?)의 이름은 이종숙(李終叔)이다 조선 세종의 서자 영해군의 손자다. 벽계수는 거문고에 능하고 호방하여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황진이를 봐도 빠져드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말이 들리니, 자존심 상한 황진이는 벽계수를 청해 놓고 달 밝은 밤 만월대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이 시조를 읊었다. 벽계수는 자신도 모르게 타고 온 나귀에서 떨어져서 그날 밤 돌아가지 못하였다고 전한다.

이 시조는 인생무상을 유혹과 권유를 담았지만 퇴락하거나 속되지 않다.

비록 천한 기생의 작품이지만 이 시조가 더욱 가치 있는 것은 대자연 속의 덧없는 인생, 순간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자연과 대조를 이루어 철학적·예술적인 깊이로 인생을 읊었다는 데 있는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