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교단일기]불편한 동거, 늘봄학교

2024-07-03     경상일보
▲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

‘또로롱’ 소리와 함께 학교에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바로 늘봄·교무행정실무사(한시적 기간제 근로자)의 메시지. 메시지의 내용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정중하며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간단한 복무 신청 절차로 인해 필자의 교실을 방문하겠다는 내용. 곧 문이 열리고 늘봄·교무행정실무사(이하 실무사)가 들어왔다. 상호 간에 예의를 차렸으나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가 틀림없다.

울산시교육청은 2024학년도 2학기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대비한다며 늘봄학교 행정업무 전담 인력인 실무사 117명을 공개 채용했다. 그리고 7월1일자로 근로자 계약이 각 학교에서 체결됐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를 표방한다. 그러나 기존에 시행하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혼합한 용어일 뿐 교육 현장의 여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아동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만 늘릴 뿐 실질적으로 아동에게 필요한 보육을 제공하지 못한다.

필자의 한결같은 생각은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지 돌봄을 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 지역 사회에서 아동들의 돌봄은 여성의 경력 단절 및 교육의 질 양극화에 대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돌봄은 수업 공간의 부족과 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할 뿐이다. 일과 후에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부족한 학습을 보충했던 교실은 늘봄학교 운영으로 인해 더 이상 학생들이 남아있을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 와중에 교사는 집중해서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 마저 뺏겼다. 이는 수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정작 피해는 다시 아동에게 돌아간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운영시 교사들에게 별도의 업무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신뢰할 수 없다. 교육부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처음에는 많은 행·재정적 지원을 하지만, 학교 현장에 뿌리내린다 싶으면 모든 지원을 거두고 학교나 교육청에 떠넘기는 그간의 사업 추진 방식으로 인해 불신이 팽배해 있다. 벌써부터 실무사와 관련한 업무를 두고 일선에서는 행정실, 돌봄전담사와 교사들 사이에서 업무분장을 두고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강사 수급과 검증되지 않은 질적 수준이 우려스럽다. 1학년 맞춤형 기본 프로그램 강사에 교원은 원칙적으로 배제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동시에 늘봄학교가 운영될 때 외부 강사 인력창고는 턱없이 부족하고 강사의 질 또한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외부 인력의 학교 채용이 계속될 뿐, 불편한 동거를 시작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는 이제 매의 눈으로 이러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효과를 낼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큰 잡음 없이 늘봄학교가 교육부의 뜻대로 제대로 정착해 그 효과를 다하길 바랄 수밖에.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