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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수증기+저기압+정체전선=야행성 폭우

2024-07-11     경상일보
▲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이제 장마 기간이 중반에 접어든데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1000㎜의 가까운 누적강수량을 기록했고, 울산지역도 200㎜ 안팎의 많은 비가 누적되었다. 통상적인 장마 기간인 32일간 전국 평균 350㎜ 정도 내려야하는 수준을 이미 3배가량 뛰어넘은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한 가운데, 그동안 바다에서 상당히 품어준 대기열이 이제는 되먹임 현상으로 대기 중에 엄청난 수증기를 공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 온도 1℃가 상승함에 따라 대기 중의 수증기가 7%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수증기량은 10%가량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수증기는 비구름의 연료가 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강한 강도의 집중호우가 빈번해진 것이다.

문제는 밤이다. 특히 최근 들어 ‘야행성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왜 이렇게 밤에만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것일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공기의 흐름상 서쪽지역으로 바다를 지나 유입되는 수증기의 유입 정도가 비구름의 강도를 결정한다.

쉽게 이해를 돕겠다. 과거 손님들의 출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연 채, 출입구에 에어컨을 세차게 켜놓고 운영하는 상점이 많았다. 너무도 강하게 출입구 천장에서 내리꽂는 에어컨 바람에 막혀 문을 열어놨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의 뜨거운 열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해 실내의 차가운 온도가 유지되었다.

이처럼 낮에는 태양으로부터 달궈진 지면의 열기가 상승하고, 상층의 덜 뜨거운 공기가 내려앉는 연직운동이 일어나며 일종의 ‘에어커튼’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공급하는 하층제트(1.5㎞ 상공의 빠른 하층바람)가 에어커튼에 막혀 대륙으로 유입되지 못해 비구름의 발달을 저지한다.

하지만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에어커튼 효과가 사라져 하층제트가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고 유입되며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장마는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의 대립면 사이로 저기압이 비집고 들어오는 패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저기압은 중심을 향해 반시계 방향으로 불어드는 성질이 있어 저기압 전면으로 하층제트를 더 강하게 끌어들인다. 이 때문에 한 번 비가 왔을 때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통상 장맛비는 7월 말이면 끝나지만, 아직 장마의 끝이 보이지는 않는다. 금요일(12일)까지 주춤하던 장맛비는 다시 주말에 북상하며 비를 뿌리겠다. 취약시간대라 피해도 더 많이 발생하고, 복구도 힘든 밤 시간에 발생할 야행성 폭우에 대비해 장맛비가 주춤한 오늘과 내일 주변의 시설물 점검을 미리 잘 해두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