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기자수첩]따뜻함도 좋지만, 어울림이 우선이다

2024-07-16     박재권 기자
▲ 박재권 사회문화부 기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습한 날씨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7월 프로축구는 체력 저하로 인한 컨디션 관리가 필수다. 순위 다툼도 요동치는 시기다. 리그 정상을 향해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K리그1 울산 HD와 울산팬들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분을 맛보는 중이다.

7월의 시작은 좋았다. 울산시와 울산시설공단이 울산의 홈구장인 문수축구경기장에 세계 최초로 입체식 전광판을 도입한다는 소식에 울산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특히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왕 전광판을 바꾸기로 한 김에 최고로 좋게 만들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시장에 대한 울산 팬들의 감사 표시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 시장을 향한 울산 팬들의 찬사는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색깔 논쟁 탓이다.

시와 울산시설공단은 문수축구경기장 전광판 교체와 함께 노후된 3층 관중석 일부 교체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울산 HD FC의 상징색인 파란색이 아닌 빨간색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울산팬들은 당연히 분노했다. 빨간색은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의 고유색과 겹칠 뿐더러 팀을 상징하는 색이 있음에도 빨간색을 넣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해석된다고 본 것이다.

울산팬들은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과 커뮤니티 등에 ‘문수구장 빨간색 반대합니다’ ‘울산 HD의 상징색은 파란 노란입니다’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항의 중이다. 이 외에도 울산 팬들은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빨간색 의자를 반대한다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울산팬들은 시즌 초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의 유니폼 색깔이 기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낸다.

관중석 색깔을 파란색을 제안한 울산 HD FC의 의견은 묵살된 채, 1안인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그라데이션’이 선택된 것을 보면 울산팬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뀐다.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그러데이션은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인 시 슬로건과 일치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부 고위인사들이 김 시장에게 과도한 충성을 보이기 위해, 이러한 안을 채택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초 문수축구경기장은 파란색을 비롯해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의 좌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조화보다는 어울림이 중요시되는 사회다. 파란색으로 가득한 문수축구경기장에 빨간색이 섞인다면 어울릴 수 있을까?

빨간색 의자를 설치한다고 해서 특정 정당을 떠올리거나 지지하겠다는 마음이 생길까? 오히려 반감만 생길 뿐이다. 흉물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홍명보 감독이 시즌 도중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로 울산팬들은 상처를 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파도를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 파도 위에 올라 시즌 막바지에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재권 사회문화부 기자 jaekwon@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