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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27)개를 여남은이나 기르되-작자 미상

2024-07-19     차형석 기자

개를 여남은이나 기르되요 개갓치 얄미오랴

미운님 오며는 꼬리를 홰홰치며 치띄락나리띄락 반겨서 내닷고

고운님 오며는 뒷발을 버동버동 무르락 나오락 캉캉 즈져서 도라가게한다 쉰밥이 그릇그릇 난들 너 머길줄 이시랴

이튿날 문 밖에 ‘개 사옵세’ 웨는 장사 가거드란 찬찬 동여매어 내어 주리라 -<청구영언>



보고픈 님, 개가 짖어 아니오시나요

▲ 한분옥 시조시인

개를 키워 본 이는 안다. 주인에 대한 충직한 개의 본성을, 필자도 진돗개를 두 번 키워 본 적이 있다. 문화 교실을 다니는 필자를 따라가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마치면 함께 오던, 개를 키워본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마당에 그냥 풀어 놓고 키웠을 때였다. 아이 학교에 따라가서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선생님께 쫓겨나기도 하던 개였으니까.

어떤 짐승이 사람의 안방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사람과 동고동락 하는 짐승이 또 있으랴. 개를 품에 안고 다니기도 하며, 유모차에 태워 개의 시중들기를 즐기는 세태다.

개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그 역사는 1만8000년 전 중간석기시대까지 올라간다. 적극적으로 가축화한 것은 수렵의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또 경비견으로, 고대에서는 특히 여성의 주변 신상을 지키는 번견(番犬)으로 사육되었다.

지금도 사람이 할 수 없는 위험한 일, 폭발물 위험 탐지견, 경찰견, 맹인견, 사냥, 구조 활동, 군용견으로서의 역할, 인간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면 인간 보다 더 험한 역할을 맡아서 구조를 돕는다.

위 사설시조는 임을 기다리는 정서의 간절함이 지나쳐,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을 개 때문에 오시지 않는다고 개에게 전가시키고 만다. 미운 사람이 오면 ‘꼬리를 홰홰치며 치띄락나리띄락’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임이 오면 ‘버동버동 무르락 나오락’ 방해를 놓는 얄미운 개를 향해, 쉰밥이 그릇그릇 남아도 너 줄 줄 아느냐고, 임을 기다리다 지친 심정을 읊었다.

오지 않는 임을, 개 때문에 못 올 리 없건마는 짖는 개를 원망하는 여심(女心)이다. 애 태우는 그 임도 참! 무정하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