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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16)]토론말하기

2024-07-19     경상일보
▲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자기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개인의 문제부터 크고 작은 조직과 국가 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빌려야 할 때가 많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말하기에는 토론, 토의, 회의 등이 있다. 유대인은 일찍이 하브루타라는 토론 교육으로 창의적 발상과 최선의 지혜를 끌어내는 방법을 익혀왔다. 토론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며 토론을 통해서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길러 준다는 것도 일찍이 알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지금까지 올바른 토론과 토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토론은 늘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과정이라 여기면서 머리를 맞대어 말하기를 꺼려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토론장은 논제와 규칙에서 벗어나 감정 싸움이나 인신공격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과 일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토론 후엔 감정의 골이 깊어져 파당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 학교교육에서도 토론이 교육과정에는 제시돼 있으나 교육현장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토론은 어떤 문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자기의 주장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말하기 중 하나다. 토론의 주제는 어떤 사실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우도 있고, 가치를 따지는 경우와 중요한 일거리(정책)를 다루기도 한다.

토론 거리는 뜻넓이가 명확하고 찬성과 반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일수록 좋다. 그리고 토론에서 찬성이나 반대 모두 가장 강력한 설득전략은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논거와 논리의 경쟁이다. 그래서 토론을 논쟁이라고까지 말을 한다.

일반적으로 토론의 순서는 먼저 토론 주제를 제기하면서(입론) 찬성부터 발언을 시작하며 다음 그 찬성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고 다시 이 반대 주장을 반박한다. 그리고 두 주장이 정리되면 서로의 주장을 점검하고 마지막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상황에 따라 이 순서는 달리 할 수도 있다. 한 번에 결론에 이르지 못하면 몇 번이고 토론을 거듭할 수도 있으며 또는 절충안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대부분 토론은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토론자는 무엇보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발언권과 시간과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 또 상대 토론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비인격적 발언이나 힘으로 자기의 주장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주제에 벗어난 발언이나 말꼬리를 잡거나 함부로 끼어드는 태도는 상대에게 결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토론자는 상대를 바라보면서 똑똑한 발음으로 단정적인 말투로 하는 것이 상대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수준 높은 민주적인 토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