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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공직경력에 따른 특례, 폐지가 마땅하다

동일 자격에 다른 취득 경로 차별 문제 자격시험 관리 강화해 공정한 기회보장 공직 경력자 특례제도 폐지 지속 추진

2024-07-22     경상일보
▲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정부의 26개 부처가 개별법에 근거를 두고 운영하는 국가전문자격은 176개 종목에 이른다. 이 중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자격이 있는 반면에 나무의사, 가축인공수정사, 낙하산 전문포장사, 가맹거래사 등 그리 익숙하지 않은 전문자격도 있다. 이러한 전문자격은 대개 해당 법률에서 요구하는 시험에 합격해야만 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공직 경력자에게 해당 자격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공직을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공직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다는 장점을 이유로 한 듯하다.

과거에는 단지 공직 경력만을 이유로 당연히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많았지만, 그 형평성의 문제가 계속 지적돼 오다가 1999년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현재는 자동 부여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이를 완화한 시험과목 면제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법원, 검찰 공무원이나 국세공무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하면 1차 시험 전 과목을 면제하고, 법원, 검찰 5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5년 이상 근무하거나 국세행정에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 5급 이상 공무원인 경우는 1차 시험 전 과목과 2차 시험 일부 과목을 면제하는 방식 등이다.

그러나 동일 자격에 다른 취득경로를 두면서 차별은 여전히 발생한다. 일례로 2021년 9월 실시된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세무공무원에게 면제된 과목에서 과락율이 82.13%가 발생해, 일반 응시생들이 상당수 탈락하고 대신 세무공무원 출신의 합격률이 그 직전 6.6%에서 33.6%로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면제되는 과목의 난이도를 조절해 일반 응시자의 합격률을 아예 0으로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전문자격을 준비하는 많은 응시생이 시험과목 일부 면제조차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이다.

현 정부는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자격시험의 관리 강화를 천명하고, 이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모든 국가자격시험에서 공직 경력 인정제도를 폐지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 이를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 과정에 일부 반론이 없지 않았지만, 국민권익위의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정부 내 모든 부처가 수용하기로 했다. 법무사 제도를 관장하는 법원은 반대했지만, 전문자격 취득의 공정성 제고라는 대의를 고려해 법원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제안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국민권익위는 일부 전문자격시험에서 공직자가 재직 중에 파면, 해임이나 강등, 정직 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시험과목의 면제 혜택을 주거나 공직 퇴임 후에 자신이 근무하던 기관의 사건을 수임해 전관의 혜택을 누리는 경우를 발견해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제도 개선하도록 각 부처에 권고했다. 더하여 국민권익위는 법원과 검찰에서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집행관제도의 특혜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반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77%가 국가자격시험에 공직 경력의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답했고, 국민 90%는 징계받은 공직자에게 공직 특례를 인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 89%는 공직 퇴임 후에 수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직 경력 특례제도 폐지 등의 추진은 국민권익위가 이러한 국민의 공정성 요구에 답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앞으로도 공정한 경쟁을 막고 특혜성 시비가 발생하는 곳을 신중히 살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