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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좋은 공연의 완성은 관람객의 매너다

2024-07-23     서정혜 기자
▲ 서정혜 정경부 기자

얼마 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찾았다. 평소 애정하는 연주자가 협연자로 나선 데다 ‘취재’가 아니라 오롯이 공연을 즐기고자 예매해 둔 터라 달력에 크게 표시까지 해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다. 공연 당일 티켓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고 보니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바로 뒷줄에 앉은 노부부가 관람 시작 전부터 작지 않은 목소리로 수다에 여념이 없는 게 아닌가.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목소리가 잦아들 거로 생각했지만,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울산시향 단원과 지휘자, 협연자가 무대에 오르고도 소음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이윽고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신변잡기’였던 대화 주제는 ‘실시간 연주 품평’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날 공연의 민폐 관람객은 이 노부부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줄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자녀와 공연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1부 공연이 끝난 뒤 밖으로 나가고는 다시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피치 못할 급한 일이 있나 보다 생각했지만, 모든 공연이 끝난 뒤 협연자의 팬 사인회 대기줄에서 이 관람객을 다시 만나고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의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날 공연에는 학생 관람객도 적지 않았는데, 몇몇 학생이 중간휴식 때 앙코르곡을 녹음한 음원을 재생하며 누구의 것이 더 녹음이 잘 됐는지 겨루는 것이 아닌가. 분명 입장 안내 때 촬영과 녹음 모두 금지라고 공지했지만, 허공의 외침이었나보다.

이날 공연을 두 달 전 예매하고, 온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여러 사건(?)으로 오롯이 감상하고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그날 공연장에서 이런 마음이 든 이는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큰 비용과 시간,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공연 관람에 앞서 공지된 프로그램을 살피고, 악보를 미리 보는 ‘예습’도 마다치 않는다. 더욱이 음원이 아니라 어쿠스틱을 듣기 위해서 공연장을 찾는 것은 그날, 그 시간, 그 공기가 주는 새로움과 호흡을 즐기기 위함이다.

울산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좋은 콘텐츠 즉 전시와 공연이 많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성숙한 문화예술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성숙해야 한다. 성숙한 공연 문화에는 관람객의 태도, 매너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무대 위 예술인과 관람객이 하나가 되어 무대를 완성하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연주자의 동작 하나하나에 숨죽여 귀를 기울이는 공연에서는 소름 끼칠 만큼 카타르시스를 느끼더라도 다른 관람객과 연주자를 배려해 마음으로 환호해야 한다. 좋은 공연만큼 필요한 것이 관람객의 좋은 매너다. sjh3783@ksilbo.aykt6.com

서정혜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