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정일근의 多事多感(18)]‘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역대 최대’ 65세 이상 인구도 1000만명 넘어서 소년·노인 모두 희망위해 전진해야

2024-07-24     경상일보
▲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일본 홋카이도대학 교정에 미국의 농학 교수이며 홋카이도대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1826~1886년)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홋카이도 개척을 담당한 개척자였다. 50년이 더 지났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 만난 영어 시간에 호시 영어 선생님이 그가 남긴 말을 교훈처럼 들려준 기억이 내게 아직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 말은 ‘Boys, be ambitious!’였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다. 사실 그는 이 말 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더했다. ‘돈이나 이기심을 위해서,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 말고. 단지 사람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추구하는 야망을.’ 클라크가 지칭한 소년(Boys)이란 단순히 젊은 남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위하여 전진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후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취업포기자, 대졸 백수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야망, 꿈을 포기한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었다. 이는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한다. 이 수치는 울산시 인구 4배의 ‘소년’들이 야망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라는 말이다. 여기서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로,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수 있는데 일을 할 뜻이 없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상반기에 404만8000명으로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큰 폭인 13만6000명 감소했지만, 다시 2년째 증가하고 있다. 그들이 야망을 포기한 이유는 ‘육아·가사·연로·심신장애’ 등 다양하지만 그들 마음에 드는 양질의 일자리를 이 사회, 이 나라가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전체 비경제활동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올해 상반기 25.1%를 기록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 4명 중 1명 이상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대졸 비경제활동 증가세는 야망을 품어야 할 20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청년층(15세부터 29세까지) 비경제활동인구는 59만1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이 늘었다.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대졸 비경제활동이 늘어난 연령대는 청년층이 유일하다. 실제로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는 20대 후반을 중심으로 늘고 있고, 특히 최근 1년 이내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단기 비경제활동’ 비중이 크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청년·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우리나라 미래에 적신호를 울리는 일이다.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그 나이에 품어야 할 야망마저 포기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해질 것이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를 가슴에 품고 자란 세대는 최근 모두 노인이 되었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시켰다.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중 남자는 442만7682명, 여자는557만2380명이다.

2013년 1월 65세 이상 인구는 600만8657명으로 전체 인구(5096만5180명)의 11.8%에 불과했으나 11년 만에 65세 인구가 66.4%(400만명)가 증가했다. ‘대졸 백수’도, 노인인구도 늘어나는 현실에서 소년이든 노인이든 이젠 야망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든다. 소설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민태원의 ‘청춘 예찬’을 교과서에서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청춘을 포기한 것인가. 꿈을 잃는 것, 그건 모두를 잃는 일이지 않는가. 언제나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