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19)]현대차 임금 협상 타결을 바라보며

파업 없이 역대최대 임금인상 합의 해외경쟁사보다 임금 20~30% 높아 협력업체 배제 원청만의 잔치 우려 전속 중기업은 원청 영향력 때문에 비전속 업체보다 영업이익 낮은데 원·하청 임금·근로조건 등 차이 커 협력사 노력 고려한 합의 이뤄지길

2024-07-26     경상일보
▲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지속가능경영연구원 원장

현대차 노사가 파업 없이 올해도 임금 및 단체교섭을 마쳤다.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성과금이 포함된 작년에 입사한 신입사원 초봉이 9000만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금 500%에 1800만원 추가, 주식 25주가 지급된다.

이번 협상 타결 결과로 조합원들에게 평균 약 5012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하고,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000만원 보다 1000만원 넘게 증가한 수준의 성과금을 받게 된다. 참고로 지난해 기준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700만원 수준이었다. 부품모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사도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격려금으로 기본급의 500%, 정액 1520만원을 지급하는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임금 인상만으로 현대차 노사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인상 이외에도 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되는 숙련 재고용 제도인 촉탁계약직을 기존 1년에서 총 2년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비교하기 위해 해외 주요 경쟁사들의 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일본기업인 토요타의 경우 평균 연봉은 895만 엔으로 1엔 887원 환율을 고려하면 8000만원 수준이다. 닛산의 평균 연봉이 796만 엔, 혼다는 798만 엔으로 7000만원 수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에 비해서 20~30% 낮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GM의 작년 직원 평균 연봉은 8만 34달러였고, 1달러 1340원인 환율에 대비해 보면 1억1000만원 수준으로 올해 성과금을 고려한 현대차나 기아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2023년 현대차가 이룬 매출, 영업이익 성과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고 세계 시장에서도 내세울 만하다.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현대차의 1인당 매출액은 107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기아가 달성한 133만 달러, 18억3000만원에 이어 완성차업체 중 2위의 기록이다. GM과 포드는 각각 102만 달러, 98만 달러 수준, 도요타의 경우 76만 달러, 세계 전기차 1, 2위를 다투는 테슬라와 BYD는 74만 달러, 12만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실적만 고려하면 금번 현대차의 임금 인상은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

▲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이동석 대표이사, 문용문 노조 지부장,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2024년 임금협상 조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시각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수준을 고려할 때,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한 2·3차 협력업체의 몫은 과연 어디에 있느냐”이다. 2023년 임금협상에서 현대차그룹의 많은 계열사들이 임금 협상과정에서 부당함을 인식하고 들고 일어났고, 어려운 시기에 납품단가 인하로 견뎌낸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은 현대차의 신입사원 수준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임금 수준에 제대로 된 복리후생 제도를 가지고 있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도 성과금과 임금 인상은 원청의 잔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하반기에는 또 차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인가 걱정하는 국민들의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원청의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처우가 심각하게 차이가 나면서 ‘원·하청 수직적 분업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철부터 제강, 중고차 판매 등 자동차 생산부터 폐차까지 협력사들은 원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 1차 협력업체 중 전속 중기업 영업이익은 현대차나 현대모비스보다 5~6%p, 같은 1차 협력사 중 비전속 중기업보다 1.6~2.3%p보다 낮으며, 2차 협력사는 1차 전속 중기업보다도 1~2%p 낮다. 안정적 거래가 보장된 전속 중기업이 비전속 중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건 납품단가가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가장 큰데, 특히 납품단가 인하는 여전히 고질병처럼 자리 잡고 있다.

기아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단체협약까지 포함되어 있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도 27만4897대를 판매해 내수 점유율 1위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임금 인상 이외의 쟁점이 될 여러 이슈들도 존재한다. 2022년 폐지된 퇴직자 차량 평생 할인제도 복원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현직자 뿐만아니라 장기근속 퇴직자에게도 평생 2년에 한 번씩 신차를 30% 싸게 살 수 있는 제도를 다시 복원해달라는 것이다. 고용세습 논란으로 이어지는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조항도 더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직원 자녀만 우선 채용하고 있는데, 배우자까지 채용 대상을 넓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6등급 이상 장애를 입은 조합원 가족까지 특별 채용토록 요구하고 있다.

국민 정서와 함께 땀 흘린 협력사의 노력을 고려한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지난 필자는 4월 현대자동차·기아 원·하청 상생협약이 2·3차 협력사까지 확대된다는 발표를 언론에서 확인한 바 있다. 복리후생-인력양성-산업안전 등 근로여건 전 부문에 걸쳐 120여억원 규모의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오늘 글을 ‘자동차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협약’ 전문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중소협력사들은 재원이나, 지리적 여건 등으로 대기업에 비해 복리후생의 다양성과 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기업-협력사 간 복지 격차를 완화하고,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서는 중소협력사의 복지증진이 필요하다. 과연 이번 임금 협상과 단체협약에는 이러한 고려가 충분히 되었는지 묻고 싶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지속가능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