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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 칼럼]7·23 당심과 민심은 여권에 대한 마지막 경고다

용산과 대립각·친윤 공격 포화에도 “국민 눈높이 정치” 한동훈이 대표에 국민·당심 무시땐 ‘암울한 미래’뿐

2024-07-29     김두수 기자
▲ 김두수 서울본부장

김영삼(YS) 전 대통령 임기 중인 1995년. 집권당의 경남 마산 출신 강삼재 사무총장은 필자와의 특별 인터뷰 중 YS 정부 실세 장관에게서 걸려 온 전화 통화를 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장관이 그따위 식으로 처신하니까 뭐가 되겠나?. 내일 당 사무총장실로 오시오.” 필자가 하도 궁금해 되물었다. “당 사무총장께서 장관에게 그렇게 해도 괜찮으냐?” 이에 강 총장은 “우리당이 대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바닥을 기면서’까지 어렵게 정권을 창출했다. 장관직을 맡았으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을 위해 잘해야지,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시건방진’ 장관들은 절대 그냥 둬선 안 된다”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 지역 신문기자 출신으로 28세에 정치권에 입문한 뒤 3선인 그는 당시 43세. 시쳇말로 집권부 전체의 ‘군기반장’이었다. ‘민심이 곧 천심’의 확고한 정치철학 YS의 사실상 2인자 격이었다. 당이 정부를 견인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YS 역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심과 민심의 동력으로 신군부 세력 하나회의 과감한 척결, 재계를 압박해 천문학적 비자금을 조성한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30년만에 지방자치제 부활, 금융실명제 등 업적은 역사적 평가로 기록된다. YS와 오랜 정치 동지 강 사무총장의 논리는 ‘민심의 바로미터=정당 중심’이었다. YS 집권이후 김대중(DJ)·노무현·이명박(MB)·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중 당심을 무력화한 결과로 ‘참사’를 빚은 사례도 없지 않다. 집권당은 사실상 정권 재창출의 전위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의도 중앙당사와 국회에서 당직자를 중심으로 전국 17개 시도당 차원의 민심을 수시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7·23 국민의힘 전대에서 용산과 각을 세운 한동훈 대표는 어떻게 탄생했나? 당 대표 출마 선언 이전부터 전당대회 종착역까지 친윤 세력들의 십자포화가 펼쳐졌다.

하지만 한동훈은 정면 승부수를 띄웠다. 수평적 당정관계 정립에서부터 채상병 특검 조건부 제3안 카드와 함께 ‘국민 눈높이 정치’를 선언했다. 이에 친윤 세력들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한동훈은 절대 안 된다” “당선돼도 3일천하 김옥균 프로젝트로 끝 날것”이라는 극언이 난무했다. 결과는 당심(62.69%)과 민심(63.46%)이 거의 일치하며 압승을 거뒀다. 당심의 혁명이다. 친윤 의원과 당협위원장에 의한 ‘반 한동훈 억지 당심’은 작동하지도 못했다는 역설적인 증거다. 나아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엔 더 이상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음이란 해석이다. 이준석 대표의 중도추락, 울산 출신 김기현 대표 출범 과정을 리얼하게 지켜본 본 당심은 더 이상 ‘용산의 2중대형 대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한동훈 당선 직후 ‘1호 당원’ 격인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갖고 축하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체제에 대한 무한 신뢰와 진정성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여권 한편에선 대통령의 진정성과는 달리 한동훈 체제 조기 낙마를 시도하려는 ‘불순함’도 엿보인다. 임기 2년 한 대표가 중도 추락하는 건 여권 내 특정 세력의 장난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이 공언한 ‘국민 눈높이’를 외면할 때다. 당심은 물론 민심 역시 한동훈을 내칠 것이다.

세월은 흘렀어도 민심과 당심의 중요성은 고도의 정치 학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필수 교양과목과도 같다. 30년 전 YS 문민정부 사무총장 강삼재가 일갈했듯, 국민과 당심을 무시하는 ‘시건방진’ 아류 정치의 종착역은 어떻게 될까? 7·23 당심과 민심에는 여권에 대한 마지막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 집권당의 4·10 총선참패 등 수두룩한 실패의 엄연한 과거사보다 미래가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에 이어 2027년 3월 대선 성적표는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지도 모른다.

김두수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