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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면주칼럼]여사들의 수난 시대

포퓰리즘에 기반 한 공작정치 난무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 초래 정치적 유불리 떠나 의혹 해소 급선무

2024-07-30     경상일보
▲ 신면주 변호사

‘있는 사람은 겨울나기가 쉽고, 없는 사람은 여름나기가 쉽다’ 고 한다. 의식주가 넉넉해져서 그런지 다들 여름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기후변화 탓인지 에어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올여름도 어김없이 폭서(暴暑)다.

이 더위에 전·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부인들이 이런저런 범죄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비교하자면 조선의 왕비 반열에 있는 귀한 분들이다. 조선의 왕비는 절대 권력자인 왕의 정부인으로 인간계와는 다른 세계의 존재로 보아 품계가 없었다. 왕비는 내명부의 관리를 통해 종묘를 받들고 왕가의 후손을 이어가는 일이 기본 임무였다. 실상은 남편인 왕과의 배갯머리 송사, 대비로의 왕위계승자 지명권, 어린 왕을 대신하는 수렴청정(垂簾廳政) 등의 권한을 통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민주주의 헌정 하에서 영부인은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같은 장소에 기거하고 동행할 수 있을 뿐 법적으로 보장된 지위나 권한은 없다. 하지만 비익조(比翼鳥)에 비견되는 동반자의 영향력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특히 영부인의 이미지와 태도는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도 국민이 원하는 영부인 이미지는 왕조시대 국모(國母)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장 잘 연출한 분은 육영수 여사였다. 물론 시대적 배경도 다르고, 성품이나 개성도 다르므로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쪽진머리에 수수한 한복 차림, 검소한 장신구, 나환자 집단 거주지인 소록도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그들의 손을 잡아 주는 등 늘 어려운 국민 편에 서는 모습, 대통령을 대신해 총탄을 맞고 단아한 자세 그대로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 등은 완벽한 국모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 비난하는 측에서도 육 여사에 대해는 별반 공격이 없는 것을 보면 영부인의 처신과 이미지는 아직도 많은 국민 사이에 모범으로 각인돼 있다.

전 영부인은 대통령 전용기로 관광을 위해 인도를 방문한 의혹과 화려한 의상 비용의 출처를 의심받고 있고, 현 영부인은 명품 파우치 한 점을 지인을 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의혹을, 제1야당 대표의 부인은 법인카드로 초밥 등을 개인용도로 구매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고위 공직자 부인으로서 공사 구별이 없는 처신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지금까지 영 부인급이 이 정도의 행위로 수사나 재판받는 것을 본 적 없어 국민으로서는 한여름 밤의 진풍경이다. 물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치주의의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성역 없는 법치의 계기가 되어야 할 일이지만, 이번 일이 국민이 원하는 영부인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틈새를 이용한 치졸한 저품격 정치의 유탄이란 점에서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현 영부인은 부친의 옛 지인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접근한 최 목사로부터 명품 파우치 한 점을 받는 함정에 빠졌고, 이 모습이 모두 몰카로 촬영돼 공개됐다. 경위야 어떠하든 영부인의 처신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최 목사의 비굴한 행위가 쉽게 합리화될 수는 없다. 법적으로도 위법하게 모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거나, 함정 수사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통해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 목사가 신봉하는 종교의 성경에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의 구절이 있는 것을 보면 종교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행위다. 이는 작은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더 큰 범죄나 인간성의 말살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최 목사에게는 더 큰 비난과 단죄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영부인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계산치 말고 바로 사과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야당은 치졸한 덫에 걸린 영부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단호히 배격해 공작정치의 싹을 미리 차단했어야 한다. 당장은 야당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형성될 수 있지만, 야당 또한 언젠가 공작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고, 포플리즘에 기반하는 공작정치의 난무는 야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파리 올림픽보다 더 흥미진진한 귀부인들의 사법처리를 지켜보며 올해의 폭서를 견딜 수 있는 소득이나마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신면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