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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책 읽어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024-07-31     경상일보
▲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

나는 내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준다. 내 목소리가 나오는 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준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내 체력이 닿고,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준다. 그 덕분인지, 내 아이는 책을 읽지 않고선 절대 잠들지 않는 아이가 되었고, 혼자서도 스스로 책을 펼쳐 보는 독서가가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시간에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읽기 독립을 시키라 말하기도 하지만, 한글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책 읽어주기’라 확신하는 바이기에 오늘도 책을 읽어준다.

책 읽어주기는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들에게 ‘책 좀 읽으라’라고 말하는 건 쉬우나, ‘책 읽으라’라는 말이 실제로 아이에게 먹히기는 쉽지 않다. 특히 아이들 커갈수록, 어른들의 책 읽으라는 말은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읽을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내가 직접 책을 읽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성가시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읽어주기’는 책에 접근하는 부담을 확연히 줄여준다. 부모나 교사가 읽어주는 책을 그저 듣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책 읽어주기’는 아이가 본인의 이해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서사 수준의 책을 감당하게 돕는다. 혼자 책을 읽을 땐 다른 이의 도움이 제공되지 않기에 스스로 이해 가능한 수준의 책을 선택한다. 하지만 어른이 책을 읽어주게 되면, 아이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어려운 개념을 마주할 때면 개념의 의미를 쉽게 풀어 읽어줄 수 있고, 책 내용과 관련된 아이의 배경지식과 연관지어 생각하도록 질문을 제시할 수도 있다. 독자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책을 경험하면서, 아이의 사고는 자극되고 인지와 사고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책 읽어주기’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게 돕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책을 읽으며 같은 시간을 보내며 공감대를 쌓을 수 있게 하고, 아이가 요즘 어떤 고민과 관심이 있는지 알게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시간은 급격히 감소한다.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대화를 못 하기도 하지만, 대화 방법을 모르는 탓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자연히 같은 책으로 생각을 나눌 수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견의 다름을 마주하게 하고 그것 또한 받아들이고 존중하게 한다. 책을 계기로 대화할 거리가 생기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어준다고 해서 사춘기 아이들이 사춘기를 당장 끝내고 돌아오진 않겠지만, 부모나 교사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평소 자기 고민이나 관심을 툭 내뱉으며, 짧은 소통이나마 할 수 있게 되니 사춘기 아이와 해보기에 좋은 활동이 아닌가.

언젠가 내 아이가 한글을 깨쳐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날도 올 테지만, 그런 날이 오더라도 나는 책을 읽어줄 것이다. ‘책 읽어주기’는 한글 습득을 넘어 아이뿐 아니라 우리 가족 삶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활동이니, 말이다.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