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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14)]건축양식을 알면 더 재미있는 부다페스트

로마제국시대 동부지역 최전선으로 10~13세기 초 로마네스크 양식부터 고딕·르네상스·신고전주의 양식 19세기 후반의 절충주의 양식까지 도시 곳곳 다양한 시대 건축물 재미

2024-08-02     경상일보
▲ 박철민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 포르투갈 대사

‘알면 더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무실에서 밤샘을 마다하지 않던 업무 지상주의 시절엔 상사의 어떤 질문에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또 그만큼 일 자체가 재미있었다. 유럽에서 근무할 기회가 많아지고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재미들이 추가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서양 건축양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도시 전체가 국제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세계문화유산도시 부다페스트에서 대사로 근무하던 시절엔 헝가리 곳곳에 소재한 오랜 건물들을 찾아다니며 건축양식을 비교 체험하는 특별한 재미를 맛보았다.

오늘은 불역유행 독자분들과 건축양식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면서 부다페스트의 주요 건축물을 소개하려고 한다. 부다페스트는 로마제국의 동부지역 최전선이었다.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문명 지역인 부다, 동쪽은 야만 지역인 페스트로 구분되었다.

구도심인 올드부다 쪽으로 가보면 2000여 년 전 번창했던 로마 군인들의 병영과 일반 주민들의 거주지 일부가 아퀸쿰으로 불리며 남아 있다. 멀리 이탈리아 폼페이에 가보지 않아도 고대 로마 건물의 원형은 이럴 것이라고 유추해 보는데 문제가 없다.

서양의 건축양식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 시절 만들어진 신전과 왕궁 등 당대의 시그니처 건물에서 출발한다. 그리스는 아름다운 자태의 기둥건축으로, 로마는 두터운 벽체건축으로 구별되지만 모두 단순함에서 오는 우아함을 표방한다. 유럽의 여느 거리에서 중세시대인 10세기에서 13세기 초반까지 지어진 건물을 보았다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라고 단정하면 된다.

로마건축 양식에 기초하고 있어 두터운 벽체와 좁은 반원 아치형 창에 세로 기둥의 문설주를 가진 다부진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로마의 단순함보다는 한결 성숙함이 풍기는 모습이다. 석조로 만들어진 크고 무거운 돔 지붕을 떠받칠 수 있도록 과거 양식보다 개선된 형태로 특별하게 설치된 교차 궁륭과 동근 천장과 기독교의 상징인 빛을 마음껏 받아들일 수 있도록 건물의 정면부에 큼직한 장미창을 가졌다면 ‘로마양식(Roman) 같은(Esque) 방식’이다.

고딕양식은 13세기 말부터 14세기 후반까지 발전해 온 양식인데 우선 커다란 탑 모양이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한다. 높은 첨탑을 쌓으려면 이전까지의 건축양식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무거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천장이 더욱 촘촘한 형태로 마치 늑골 뼈대처럼 보이는 리브 궁륭과 첨단 아치, 그리고 본 건물 외부에 플라잉 부벽을 설치해 해결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스포츠맨의 몸매처럼 로마네스크 양식보다 한결 경쾌한 느낌을 준다. 15세기 이후 200년간 만들어진 건축이라면 르네상스 양식일 텐데 기본적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양식을 재현하고자 하면서 인본주의 정신하에 건축물의 구조가 사람의 사이즈에 어울리게 설계되었다. 비례와 균형을 추구하였고 삼각형의 페디먼트가 돋보이며 원형 장미창과 반원형 아치 창문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가 지나면서 반종교 개혁의 사조를 가진 바로크 양식이 17세기 후반부터 나타났다. 바로크란 ‘비정형적 진주’라는 뜻인데 건물 전면부가 돌출되어 있고 과거에 비해 건물 외벽과 내부의 장식이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감을 준다.

▲ 신고전주의 양식의 주헝가리 대사관저(왼쪽)와 영웅광장 인근 바이더후녀드 성 초입에 위치한 중세시대 고유의 건축양식의 훈야디 왕가의 성.

18세기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지어진 건축물이라면 신고전주의 양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다시 고대 로마와 그리스 양식으로 회귀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의 기본 양식을 바탕으로 하되 새롭게 발전된 건축재료를 활용해 보다 실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헝가리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가면 2000년이 넘고 896년 초대 왕국이 출발한 이후만으로도 천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이지만 몽골의 침입, 오스만투르크에 의한 150년간의 지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원조 건축물들이 남아있지 않다. 19세기 말 뉴욕, 파리,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도시 중 하나였던 부다페스트는 세계 양차 전쟁으로 철저하게 파괴되는 비극을 맞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헝가리 정부의 계속된 노력으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고 있다.

지금 헝가리에서 어떤 건물이 부다페스트의 융성기였던 19세기 초 중반에 건설된 것이라면 신고전주의 양식일 것이고 19세기 후반 헝가리 건국 천년 행사에 즈음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절충주의 양식이다. 신고전주의 양식은 좌우대칭을 중시하고 지붕 위는 팀파눔이라 불리는 삼각형의 구조면을 가지고 있는데 부다 성에 위치한 산도르궁(대통령 집무실), 국립미술관, 세인트이슈트반 성당 등 다수가 있다.

▲ 신고전주의 양식의 주헝가리 대사관저(왼쪽)와 영웅광장 인근 바이더후녀드 성 초입에 위치한 중세시대 고유의 건축양식의 훈야디 왕가의 성.

주헝가리 대한민국 대사관저도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힐드 요제프가 1846년에 건축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절충주의 양식은 과거 시대의 다양한 건축양식에 ‘Neo’를 붙여 한껏 멋을 부린건데 다뉴브 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국회건물과 부다성 지역에 위치한 마티야스 성당은 네오 고딕양식이고 어부의 요새는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물론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들도 있다.

과거에서 탈피해 새로움을 추구하자는 사조로서 자연과 동식물 모티브가 기본을 이루면서 정면부는 평면이 아니라 들쑥날쑥한 형태로 멋진 응용의 묘를 살리고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체인브리지를 건너자마자 눈에 띄는 포시즌 호텔은 대표적인 아르누보 양식이다. 주말이면 다뉴브 강가에서 시작해 영웅광장까지 이어지는 안드라쉬 대로 2㎞를 자주 걸었다. 대략 6시간쯤 걸렸다. 자! 헝가리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중간중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부티크 커피숍과 케이크 가게의 달콤한 유혹에 빠질 준비를 하시라.

박철민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 포르투갈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