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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90)]술, 동고지환(童羖之患)의 교훈

2024-08-09     경상일보
▲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무리가 모여 밤낮으로 쉼 없이 음주가무를 즐긴다”라고 했다. 정약용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소가 물마시듯 목구멍으로 들이붓는다면 어찌 술마시는 정취를 알겠느냐”라고 했다.

요즘에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술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봉유설>에 “근세에 와서 사대부들이 호사스러워 마음대로 마시고 여름이면 큰 잔으로 많이 마셔 잔뜩 취할 때까지 마시니 갑자기 죽은 자가 많다”라고 하였다. 술이 얼마나 좋았으면 많이 마셔서 죽은 사람이 많다고 했을까.

우리 민족이 술을 좋아하는 만큼 술에 관한 이야기가 문헌이나 구전으로 많이 전한다. 그런데 그들 중 많은 부분이 술의 폐해에 관한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기는커녕 제 한 몸도 돌보지 못한다는 말인가” “술은 몸과 마음을 해친다. 술 때문에 부모의 봉양을 버리고, 남녀의 분별을 문란하게 한다. 나라를 잃고 집을 패망하게 만들며, 성품을 파괴시키고 생명을 잃게 한다”, 모두 세종이 한 말이다.

술을 이용한 살인사건에 관한 기록들도 있다. <성종실록>에는 내연남과 짜고 남편에게 소주를 먹여 취하게 한 뒤 몽둥이로 때려죽인 여인의 사연이 실려 있다. <중종실록>에 아들이 아버지의 첩과 정을 통했는데, 간통 사실이 드러나자 아들과 첩이 짜고 아비(남편)에게 폭탄주(소주+백화주)를 마시게 한 후 살해한 기록이 나온다.

‘동고지환(童羖之患)’이라는 말이 있다. <시경> 소아 ‘빈지초연(賓之初筵)’에 나오는 “술 취해서 하는 말은 동고를 낳게 한다(由醉之言 出童羖)”라는 싯구에서 유래하였다. 고양(羖羊)은 본래 뿔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취중에 ‘새끼 고양은 뿔이 없다’고 잘못 말한 것이다. 동고(童羖)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뿔 없는 염소’라고 해석하지만, 본래 의미는 어린 숫양이다. 고대에 제사 지낼 때 어린 숫양을 희생으로 사용하면서 거세를 했다. 그래서 자전을 보면 ‘검은 암양’ 또는 ‘거세한 숫양’이라고 되어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실수하게 마련이다. 술이야 예전에는 약으로 썼을 만큼 나쁜 것은 아니지만, 술이 취하여 본성을 잃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실수하는 것은 분명 나쁜 것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