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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47)]삿갓외대버섯에 중독된 조선시대 일화

2024-08-12     경상일보
▲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산과 들에 나가서 버섯을 찾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버섯에 관한 재미있는 고전 이야기를 찾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다음은 조선 초기 학자 성현(1439~1504)이 지은 <용재총화>에 재미있는 글이 있어 소개한다.

“내가 사는 서산 남쪽에 암자가 있는데, 갑술년(1454년) 음력 7월 16일에 우란분회를 열어 사대부집 부녀자들이 많이 모였다. 이들은 더위를 피하려고 뒷산 소나무 언덕에 올랐는데 소나무 사이로 버섯이 많이 났고 그들은 향기롭고 고와서 먹음직스러웠다. 그래서 버섯을 삶아 먹었는데 많이 먹은 사람은 엎어져 기절했고, 조금 먹은 이는 미쳐서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하면서 춤을 추거나 혹은 슬피 울고 혹은 노하여 서로 때리기도 하였으며, 국물만 마셨거나 냄새만 맡은 이는 다만 어질어질 하였을 뿐이었다. (중략) 정오가 지나자 비로소 깨어나기는 하였으나 병이 든 사람도 있었다.”

우란분회는 7월 15일 하안거를 마친 스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모임으로 우란분절이라고도 부른다. 이날 민가에서는 각종 곡식과 과일,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므로 망혼일이라고도 부른다. 올해는 양력 8월 19일이 그날이다.

당시 성현은 15세였는데 이 버섯중독사건의 전개와 증상, 결과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맘때 소나무 사이에 나서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독버섯으로는 솔미치광이버섯, 굽은외대버섯, 삿갓외대버섯을 생각할 수 있다. 그중 솔미치광이버섯은 썩은 소나무에 나고 굽은외대버섯은 배탈을 초래하는데 삿갓외대버섯은 배탈과 신경 증상을 초래하므로 ‘삿갓외대버섯’에 의한 중독으로 추측된다.

삿갓외대버섯(사진)은 소나무와 공생하고 만가닥버섯 같은 맛이 나며 식용버섯인 외대덧버섯, 방패외대버섯, 땅찌만가닥버섯과도 매우 유사하여 일본에서는 담갈색송이, 화경버섯과 함께 중독 빈도가 가장 높은 버섯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버섯의 독성분은 비닐글리신, 무스카린, 무스카리딘 등인데 중독 증상은 복통, 구토, 설사 등의 배탈 증상과 무스카린, 무스카리딘 등에 의한 신경계 증상을 초래한다. 이들은 수용성 물질이므로 국물에 잘 우러나오며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입추, 처서가 지나서 선선한 바람이 불면 까치버섯(일명 먹버섯), 싸리버섯이 먼저 나오기 시작하고 식용버섯의 계절인 가을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는데 버섯에 관한 충분한 안전의 담보 없이는 식도락을 즐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