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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예(honor) 없는 ‘아너’소사이어티

2024-08-13     정혜윤 기자
▲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이전에도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해 알고 계셨어요?”

지난해부터 나눔·복지 단체들을 많이 접하며 종종 울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는 본보 연중기획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를 연재하면서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최근 인터뷰에서 한 아너 회원이 예전부터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물었는데,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 일 하기 전까지는 몰랐어요”라고 답하자 그는 “대부분 그래요”라고 웃어보였다.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은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개인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기부금은 각 지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 재해·재난 피해부터 취약계층 긴급 지원 등 복지 전반에 사용돼 이들의 기부가 갖는 힘이 크다.

매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가입해오던 울산 아너클럽이 올해는 심상치 않은 지표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7~10명씩 가입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상반기가 지나기까지 신규 가입이 겨우 1명에 불과한 것이다. 그 1명마저도 지난 1월 초 그룹 트와이스 나연이 가입한 것으로, 올해 울산에서 개인이 가입 결정을 내린 경우는 없는 셈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늘어나지만 마찬가지로 기부와 나눔 역시 주춤하게 된다. 이에 지자체나 사회복지단체가 지역 나눔을 활성화하기 위해 방안 역시 필수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울산은 아직 나눔 문화 활성화에 대해선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다. 울산 아너 클럽은 지난 2012년 발족해 올해로 12년차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건물을 제외하고는 울산에 아너 활동이나 아너 기부를 알릴 만한 별도 시설이 없다.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려면 우선 이를 퍼트릴 장치부터 있어야 한다. 타 지자체에서는 최근 앞다퉈 공공청사 1층에 아너 ‘명예의 전당’ 등을 설치해 기부 문화를 알리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울산 전반에 퍼져있는 기부에 대한 안 좋은 인식도 여전하다. 과거 울산 모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어렵게 돈을 모아 기부를 했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윗선에서 “돈 많으니 기부를 하지”라며 계약을 끊어버린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너 회원으로 가입했다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다수, 이에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생겨나는 등 기부처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사회복지단체로의 기부와 나눔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시점에서 이젠 지자체와 개인 모두가 합심해 사회 전반에 나눔 문화가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서로를 조금 더 아름답게 보고, 존경하면서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hy040430@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