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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의 유유자적(4)]용금소 스카이워크에는 황룡이 제격

황룡이 산다는 용금소, 태화사와 연관 스카이워크에 고래 대신 황룡 형상화 역사성 스토리텔링하면 관광명물될듯

2024-08-13     경상일보
▲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장

60억원대 예산으로 태화루 인근에 조성될 용금소 태화루 스카이워크가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관련 부서 간 막바지 협의가 한창이라고 한다. 새로운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태화강국가정원과 구도심을 연계한 관광 자원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설계용역이 끝나고 착공하려는 시점에 괜히 긁어부스럼 내는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집단사고에 매몰돼 억지춘향격으로 진행하다 보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바로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 황룡이 산다는 용금소는 태화사 및 태화루와 서로 연관돼 있다. 전번 칼럼(‘태화루용금소 그리고 스카이워크’. 2023년 9월19일)에서 언급했듯이 용금소는 자장율사가 자신이 수학했던 중국 태화사의 연못에서 만난 용의 부탁에 따라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세운 태화사의 누각인 태화루 아래에 있다. 용금소(龍黔沼)는 태화사의 ‘용왕이 사는 깊은 못’이란 뜻인데, 수심이 깊어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으며 백양사의 우물과도 연결돼 있다는 전설을 간직한 신비로운 곳으로 신라 호국불교와 연결돼 있다.

태화루 대들보에는 울산의 상징으로 황룡과 청룡을 각 2마리 그리고 학 4마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영조 25년(1749년)에 쓴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는 ‘황룡연(黃龍淵)’으로 표기돼 있고 못 속에 용두석(龍頭石)이 있어 제단을 만들어 기우제를 지낸다고 했다. 태화루 절벽에서 약 10m 거리에 수면위로 약간 올라온 암초가 있다. 마치 황룡이 바깥 세상일이 궁금하여 물 위로 머리를 내밀려는 듯하다. 용금소 스카이워크 조감도를 보면 고래가 용금소를 향해 물을 뿜는 형상인데, 가요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연상될 정도로 너무 생뚱맞다.

1400년에 걸쳐 이어오는 역사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무슨 스토리텔링이 나올 수 있겠는가. 고래 대신 황룡을 형상화해 이에 얽힌 전설을 스토리테링으로 활용하고 용두석에는 기우제를 복원하면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둘째 울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고래가 적합한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1971년에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에는 300여 점의 사냥과 어로에 관련된 그림이 있다. 그중 고래를 사냥하는 그림은 70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은연중에 고래가 울산의 상징인 것처럼 인식되고 곳곳에서 형상을 보게 된다.

고래는 신석기 이후부터 울산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1900년 초부터 장생포가 포경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고래고기를 먹게 되었지만, 근자에는 포경이 금지된 상태라서 명맥이 끊긴 상태다. 고래관광선을 타고 나가서 보게 되는 것은 돌고래인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와는 다르다. 고래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포경, 고래고기, 멸종위기, 불법포획 등 긍정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울산의 시조(市鳥)는 백로지만, 울산을 상징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무엇을 울산의 상징동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 울산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베트남 다낭의 용다리는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우수디자인건축상을 수상했으며, 밤이 되면 다리의 조명이 수시로 바뀌는 환상적인 야경명소로 변신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에는 거대한 용머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북적이는데 한국인이 다수다. 다낭 시내를 관통하는 평범한 강으로 역사성과는 전혀 관계 없지만, 관광명소로 다리의 경관을 디자인한 것이 주효했다. 국가정원 쪽에서 태화루로 올라가는 지점과 태화교까지는 약 300m 인데 전체가 절벽이다. 여기에 잔도를 만들고 좌·우·위쪽에는 용트림하는 황룡의 몸통을 형상화하자. 스카이워크에는 승천하려는 2마리 황룡의 두상을 세우고 낮에는 물 그리고 밤에는 불을 뿜게 하면 울산 제일, 나아가 한국의 대표적 관광명물이 될 것이다.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