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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속의 꽃(14) 무궁화꽃]피고지고 또 피는 우리나라꽃

2024-08-13     경상일보
▲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ㆍ'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무궁화는 ‘우리꽃’ 곧 ‘나라의 꽃’이다. 무궁화가 어느 때부터 우리나라 국화가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무궁화를 지칭하는 한자어인 ‘근화(槿花)’에서 따와 우리나라를 ‘근역(槿域)’이나 ‘근화향(槿花鄕)’이라 부르던 모습이, 멀리 중국의 <산해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꾸준히 나타난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당하여 자결한 황현의 ‘절명시(絶命詩)’ 중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요동치니, 무궁화세상 이미 망했네.”에서도 조선의 지식인들이 무궁화를 우리나라 대표꽃으로 인식하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무궁화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긴 시기에 걸쳐 피기에 ‘무궁화(無窮花)’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궁화의 다른 이름으로 ‘일급화(日及花)’가 있는데, 꽃 한 송이로 보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떨어지기 때문에 ‘하루에 다한다(日及)’는 뜻에서 나왔다. 나무 전체로는 무궁히 끝도 없이 피지만, 꽃 하나하나는 하루에 피고 지는 것이다. 어릴 적 부른 노래의 “무궁무궁 무궁화 / 무궁화는 우리꽃 / 피고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가사는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피고지고 또 피는’ 우리 국민을 꼭 닮은 무궁화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

15세기 문인 서거정은 무궁화에 대한 시를 여려 편 읊었는데 <저물녘에 연못가를 거닐며(池上晩步)>도 그 하나다.

연못의 흐느끼는 물소리 방죽을 울리는데
가랑비 속 지팡이 짚고 홀로 서 있네.
울타리 아래 무궁화 피었다 모두 지고
석양 품은 청산에 새는 더디 나는구나.

小塘咽咽水鳴陂(소당열열수명피)
細雨扶筇獨立時(세우부공독립시)
籬下槿花開落盡(리하근화개락진)
靑山銜晩鳥飛遲(청산함만조비지)

해질 무렵 울타리 아래 가득 떨어진 무궁화의 모습에서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일급화’로서의 덧없음이 잘 드러난다. 푸른 산에 붉은 노을이 휘감긴 가운데 갈 길을 재촉해야 하는 새는 오히려 천천히 날아가고, 연못가에서 부슬비 맞으며 지팡이 짚고 홀로 서 있는 시인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ㆍ<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