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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여보~ 아버님댁에 전화 드려야겠어요

2024-08-22     경상일보
▲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노부부의 추운 날씨 속 시골 생활을 보며, 한 여성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1991년부터 시작된 국내 한 보일러 회사의 TV CF 한 장면이다. 이 광고문구는 노년층의 소외된 모습과 함께 감성을 자극하는 효심마케팅으로 당사 매출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폭염이 기록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요즘, 부산지방기상청의 ‘자녀경보’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상청이 보호자에게 ‘내일 창녕의 낮 최고기온이 30℃까지 오르니, 외출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드시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라고 어르신들께 안내 부탁드려요’라고 안내 메시지를 보내면, 자녀가 이를 토대로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 “엄마, 오늘 폭염이래요. 밭일 나가지 마시고 꼭 집에 계셔야 해요.”라고 직접 메시지를 전하며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이 2022년부터 경남 창원 대산면 한 마을의 25명 어르신을 시작으로 한 ‘자녀경보’가 지난해 여름에는 경남 창녕군으로, 올해는 밀양에서 확대 시행하며 ‘자녀경보’ 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은 각각 2200명 가량이다.

기상청은 지난 2016년 제주 폭설로 인한 공항 마비 등 기상현상이 자연 재난으로 이어지는 날씨 영향을 감안해, 2017년 영향예보 도입을 발표했다. 이후 2019년부터 폭염영향예보와 한파영향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과거 폭염 피해사례와 지역 환경을 고려해 시·군 단위의 분야별로 차별화해 폭염 위험수준과 영향정보를 제공해 폭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함이다. 하지만 시행 6년 차를 맞고 있지만 폭염영향예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자녀경보’ 역시 날씨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요령을 제공하는 ‘영향예보’의 일환이다. 다만, 너무도 다양하면서 자주 발표하는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느낀 국민들의 경각심을 어떻게 일깨워줄까 하는 고민을 더해, 자녀들 얘기는 귀담아 들을 것이란 생각에 예보 전달 방식을 바꾼 것이다. 뜻밖에 ‘자녀 경보’ 덕분에 어르신들은 자녀 목소리를 더욱 자주 듣게 되어서 좋다는 순기능도 작용했다.

올해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20일부터 어제까지 누적 환자는 2994명이 됐다. 이제 날씨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정보가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 개개인의 날씨체감도, 날씨를 접하는 환경 등이 다르기에 기상현상적인 분석과 함께 폭염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느끼고, 폭염재난으로부터 움직여 대처하는 체감예보가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의 정성이자, 집념이 아닐까 싶다. 1991년 한 기업의 효심마케팅처럼 ‘자녀경보’ 시스템이 더 일찍 도입됐다면 1994년의 1차 폭염 피해는 좀 피해 갈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지구 열대화로 더 뜨거워질 폭염에 앞으로는 ‘사람 살리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