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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32)훈민가(訓民歌)-정철

2024-08-23     차형석 기자

여자가 가는 길을 사나희 에돌듯이
사나희 가는 길을 계집이 치돌듯이
제 남진 제 계집 아니어든 이름 묻지 마오려.
-송강가사, 연시조 훈민가 중 제 6수


시조형식 빌려 백성들 성풍속 교화

▲ 한분옥 시조시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멀찌기 돌아가듯이, 남자가 가는 길을 여자가 비켜 돌듯이, 제 남편, 제 아내가 아니거든 이름도 묻지 마시오. 라고 읊고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남녀유별이 새삼스럽긴 하다.

남자 여자가 다니는 길이 다르며 자신의 여자가 아니면 말도 걸지 말라고 읊었다. 현대와 같이 다양한 시대에 남녀가 내외하며 지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뜩이나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결혼이 늦어지고 있고, 결혼하고서도 자녀 갖기를 두려워해서 출산율이 0.7명대로 세계에서 꼴지라고 하니 말을 잇기 어렵다. 오늘날 이처럼 자유로운 시대를 살면서도 유독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이러하니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문화의 규제와,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도 신분과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 있었고, 남녀 간의 강렬한 사랑을 해학적인 표현으로 담아낸 이야기들이 예술의 소재가 되어 작품으로 남아있다. 서민문학으로 일컬어지는 사설시조나 흔히 즐기던 고전소설에서는 일반적인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도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조선시대 백성들의 성 풍속을 교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강원도관찰사 정철은 백성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시조의 형식으로 글을 지어 백성들의 성 풍속을 교화하고자 했다.

훈민가는 사설시조 형식으로 원래는 양반계급의 허위를 풍자한 서민의 글이었다. 도덕적인 사회를 건설하려 했던 그 시대에는 남녀의 사랑이 도덕적 규제의 대상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기본적인 욕구를 엄격한 도덕적 규제만으로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역사 속에서, 사랑과 운명을 말하는 많은 문학 작품이 그 답을 말하고 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숭고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모든 생물체의 본능은 대를 이어가는 것이 역사적인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완성을 축복한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