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설성제의 독서공방]마음의 날씨를 바꿔주는 키워드

(31)서동욱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2024-08-26     경상일보
▲ 설성제수필가

날씨를 바꾼다? 요즘같이 기후위기를 안고 사는 시대에 날씨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인들 마다할까. 인생과 세계관을 다루는 학문, 범인(凡人)들에겐 마냥 다가서기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이라도 당연히 파고 들어야지.

책을 완독한 결과 철학이 날씨를 바꿀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한 가지 필터처럼 거쳐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마음이다. 마음은 바로 생각의 날씨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다.

AI시대는 이미 펼쳐졌다. 날마다 미래를 사는 것 같은 이 낯선 시간에 생각과 마음이 아직도 관습과 전통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건 바로 변화를 싫어하는 나와 또 나와 같은 그대들이다.

4부로 구성된 내용 중 ‘산책’은 사상을 만들어내고 생각의 숨구멍을 열어주며 자유로운 생각의 폭죽을 만들어낸다는 말에서 이제 산책은 날씨를 바꾸는 필수 철학으로 다가온다. 또, ‘유머’에서 성공이나 행복이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유머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는 것, 이 유머는 새끼를 핥는 어미의 혀처럼 인간에게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인간은 개구리 울음의 반복 자체를 그냥 좋아하고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목적을 향한 전진이 아니라 무상과 무위의 삶, 쉬는 삶, 안식을 희구하기 때문이기에.

교수이자 시인이며 평론가인 서동욱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김영사)는 우리 생각을 ‘생각하기 나름’으로 변화시킨다. 생각의 빗장을 풀어 문을 열고, 내 안의 녹슨 강철을 철학의 풀무질로 녹인다. 여기까지다. 저자는 자기의 거푸집을 독자에게 들이대지는 않는다. 그냥 저자가 펼쳐놓은 철학, 예술, 문화, 수많은 아포리즘으로 독자에게 적합한 인생과 세계관을 조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연히 마음의 날씨가 바뀐다. 구름이 햇볕으로, 안개가 바람으로, 소낙비가 함박눈으로 말이다. 이렇게 바뀐 마음의 날씨가 타인의 미래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고 한다. 분명 우리 삶이나 죽음이 불멸로 이어짐을 잊지 말 일이다.

설성제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