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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안이숲 ‘우는 불꽃 ’

2024-08-26     경상일보

불은 정말 눈물을 흘리는 걸까

남자는 눈물을 보기 위해 불을 피워 보았다고 한다
허공의 불꽃에
물음표를 남길 때
움찔, 불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조립식 지붕 위에서 불붙은 용접 모자를 쓰고 바닥으로 떨어진 남자를 본 적이 있다
쇠보다 더 오그라진, 화상으로 얼룩진 남자의 가슴
허리를 또르르 말고 번데기보다 더 정확한 번데기의 자세로 누워있었다
119 들것에 실려 새하얀 고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얼굴을 찡그리고
화(火)를 이마 주름에 새기고 있었다

불이 울고 있었다
남자의 갈비뼈에 불길이 번진다
천년을 묵묵하게 서 있던 나무도
나무 같은 남자도
불을 만나
한번 울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릴 재간이 없다
타닥타닥

불은 소리로 울기 때문이다


화상산재 입은 용접공에 대한 애도의 울음

▲ 송은숙 시인

이 시에는 계절에 관한 어떤 단서도 없지만, 왠지 이 계절의 사건 같다. 시에서 불꽃의 뜨거움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지붕 위에서 용접하다 화상을 입고 바닥에 떨어진 남자. 화상에 낙상까지 이중의 재해로 번데기처럼 허리를 말고 누워 있다. 불길은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들어 가고, 그래서 시인은 불도 소리 내어 운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불은 거침없이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그러니 불은 소리로만 우는 게 아니다. 불은 온몸으로 운다.

불의 울음은 용접공의 울음이기도 하다. 화상을 입고 떨어진 용접공이 온몸으로 소리 내어 운다. 아니다, 이건 용접공에 대한 애도의 울음일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에 산재 속보가 뜬다. 지금 들어가 보시라. 빠르게 사고 내역이 지나간다. 그리고 빠르게 잊힌다. 시인이 그들을 위해 운다. 온몸으로 소리 내어 운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