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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재군, 생애 첫 패럴림픽서 값진 銀

韓 배드민턴 최고령 선수로 나서 유수영과 남자 복식 은메달 획득 세계최강 중국 상대로 0대2 패배

2024-09-03     박재권 기자
▲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스포츠등급 WH1, 2) 결승에서 중국의 마이젠펑-취쯔모조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정재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울산 중구청 소속 장애인 배드민턴 정재군(47·WH1)이 유수영(21·WH2·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스포츠등급 WH1, 2)에서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들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 열린 결승에서 중국의 마이젠펑-취쯔모조에 세트 점수 0대2(10대21 12대21)로 패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 팀이자 세계 최강팀인 마이젠펑-취쯔모조는 집요하게 정재군 쪽으로 셔틀콕을 보냈다.

장애 정도가 유수영보다 중하고 낮에 단식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이 떨어진 정재군을 몰아세운 것이다.

정재군은 상대 공격을 받아내려 애썼으나 긴 랠리를 이겨내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큰 점수 차로 밀렸고, 별다른 반전 없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6살 차이가 나는 정재군-유수영 조는 2년 전 복식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두 선수는 저조한 성적 탓에 잠시 파트너를 교체했다.

정재군-유수영은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다시 뭉쳤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발견하자 그대로 파리까지 함께 왔다.

이들은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에서 은메달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경험은 많지 않지만, 두 선수는 환상의 호흡으로 결승까지 밟았다.

정재군은 이번 패럴림픽에 나선 한국 배드민턴 선수 중 최고령이다. 그는 대회 내내 “이번이 마지막 패럴림픽”이라고 말했다.

정재군은 “사실 목표는 지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이었는데 출전하지 못했다”며 “이후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겨우 출전하게 됐으니 메달을 하나라도 가져가자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재군은 2007년 작업 중 척추골절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재활병원에서 우연히 장애인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힘든 운동 과정에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아버지다. 정재군의 아버지는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정재군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항상 내가 배드민턴하는 걸 궁금해하셨다”며 “대회에 나가면 잘하면 ‘잘했다’고 축하해주시고, 못하면 ‘그 정도만 해도 잘했다,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는 “패럴림픽 출전 소식을 전했을 때 상태가 조금 좋아지셨는데, 스코틀랜드 대회에 출전하기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재군은 “패럴림픽에서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뭐든 꼭 따서 가져다드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정재군은 2일 토마스 반트슈나이더(독일)와 단식(WH1 등급)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정재군은 “독일 선수는 무려 60대”라며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190㎝ 장신이다. 최대한 집중해서 반드시 메달을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