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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50)]코스모스는 고향 언덕에 피고

2024-09-03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논설위원

코스모스 사진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찍으면 더욱 선명하다. 푸를 창에 빌 공… 그 창공(蒼空)을 배경으로 코스모스를 찍으면 우주가 내 품에 들어올 것만 같다. 코스모스(cosmos)는 18세기 말 쯤 스페인 식물학자 안토니오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우주, 질서, 조화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혼돈(混沌)’이라는 의미의 카오스(chaos)에 대응하는 말이다. 유니버스(universe)가 공간개념의 ‘대우주’라면 코스모스는 우주만물의 ‘질서’라고 하겠다. 미국 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우주의 질서’라고 말했다.

코스모스는 파라볼라 안테나처럼 생겼다. 흡사 창공을 향해 전파를 발사하는 모습이다. 청초한 코스모스가 그리움을 창공으로 쏘아올리는 것처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코스모스’ 전문(윤동주)

이맘 때가 되면 코발트빛 하늘은 끝없이 높아진다. 이른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이 말은 원래 당나라 시인 두보의 할아버지 두심언의 시에서 나왔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이 시는 두심언이 변방의 군대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것이다. 내용 중 ‘추고마비(秋高馬肥)’는 우리나라에서는 ‘천고마비’로 더 알려져 있다.

엊그제는 많은 사람들이 벌초를 했다. 추석을 앞두고 코스모스 피어 있는 언덕길을 올라 조상 무덤의 풀을 베어냈다. 우주는 넓지만 인간은 결국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대우주는 고향과 어머니의 품 속에 있는 것이다.



무딘 날 조선낫 들고/ 엄니 누워 계신/ 종산에 간다/ 웃자란 머리/ 손톱 발톱 깎아드리니/ 엄니, 그놈 참/ 서러운 서른 넘어서야/ 철 제법 들었노라고/ 무덤 옆/ 갈참나무 시켜/ 웃음 서너 장/ 발등에 떨구신다/ 서산 노을도/ 비탈의 황토/ 더욱 붉게 물들이며/ 오냐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시고…. ‘벌초’전문(이재무)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