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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15)]문화인이 지켜야 할 소양, 에티켓과 매너

서양 에티켓 실천 방안인 ‘매너’ 알고 행동하면 문화생활에 도움 식사할땐 남성이 여성 착석 돕고 포크·나이프는 바깥쪽부터 사용 출입구에서 먼 안쪽이 상석 자리 주빈은 주최자 우측이나 정면에 서로 악수할땐 허리 굽히지 않아 승강기의 경우 좌측 안쪽이 상석 윗사람 먼저 타고 내리도록 배려

2024-09-06     경상일보
▲ 박철민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 포르투갈 대사

“좌빵우물”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수습 외교관 시절, 외교안보연구원 첫 번째 에티켓 수업에서 배웠던 식사예절의 필수 암기 사항이다. 서양음식을 먹을 때 테이블의 오른쪽과 왼쪽에 놓여있는 빵 중 ‘어떤 게 내 것일까?’ 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가끔 있다.

정답은 왼쪽에 있는 빵과 오른쪽 컵에 담긴 물을 자신 있게 가져다가 음미하시면 된다. 얼마 전 울주문화예술회관 문화강좌에서 ‘문화인이 지켜야 할 소양, 에티켓과 매너’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나의 우측이 항상 상석이다”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은 대목이다.

오늘은 현대인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인 에티켓과 매너 중 알고 행동하면 문화생활에 도움이 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품격 있는 교양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몇 가지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에티켓(etiquette)과 매너(manners)의 차이점이다. 에티켓은 16~17세기를 거치면서 스페인과 프랑스 궁정에서 ‘이런 것들은 행하면 안 된다’는 금기행동에 방점을 두고 발전해 오다, 18세기 중엽부터 영어권에서 ‘적절하고, 품위있는 행동(appropriate and polite behavior)’이라는 예절범절의 의미로 자리 잡았다. 사교클럽 등 귀족사회에서 준수해야 할 관습 규범인 에티켓은 객관적으로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될, 그리고 피해야 할 행동으로 구분된다.

반면에, 매너는 이러한 에티켓 사항을 어떻게 실천하는가 하는 개인적 실천의 문제이다. 즉 남의 방을 들어갈 때는 노크를 해야 한다는 규범이 에티켓이고, 어떻게 문을 두드려야 하는가는 매너의 영역이다. 달리 얘기하면, 에티켓은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이고, 매너는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그래서 영어로 “Where is your manners?”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둘째는 에티켓과 매너의 기본요소이다. 1922년 미국에서 출간된 에밀리 포스트의 저서 <사회, 비즈니스, 정치와 가정에서의 에티켓>은 이 분야의 경전이라고 하겠다. 그녀는 ‘배려(consideration)’ ‘존중(respect)’ ‘바른 마음가짐(honesty)’을 매너의 기초라고 강조하면서 이들 덕목으로 무장되어 있다면 약속 지키기, 친절, 청결, 양보, 공손한 태도 등 다른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보았다.

세 번째는 테이블 매너인 식사 예절에 대해 살펴보자. 남성은 우측(상석) 여성의 착석을 도와주어야 한다. 남성은 의자를 잡아주고 여성이 우측에서 안으로 들어가 앉도록 해주어야 하며, 좌측 여성의 좌측에 남성이 없을 경우 그 여성도 도와주어야 한다. 각자 앉을 때는 의자의 좌측으로부터 앉고 우측으로 일어나야 한다. 음식 서빙은 주빈(guest of honor)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으로는 여성을 우선으로 하되 의전 서열을 감안해야 하고, 주최자(host)는 마지막으로 서빙을 받아야 한다. 물론 주최자가 “드시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는 오른쪽과 왼쪽에 각기 놓여있는 여러 종류의 유형 중에서 ‘밖에서부터 안쪽 순’으로 사용해야 한다. 수프는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 떠먹는 영국식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당겨 떠먹는 프랑스식이 있는데, 어느 쪽도 무방하다. 와인을 따라 줄 때는 잔을 들거나 기울이지 않으며, 상대방이 잔을 비우기 전에 따라 줘야 한다. 식사 중에는 가급적 이석을 하지 않고 시계를 보지 않는다. 오만찬 테이블에 꽃냄새가 강한 생화를 놓을 경우, 음식 또는 와인 향을 즐기는 즐거움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하고, 비단 분위기 조성 목적뿐만 아니라 음식 냄새를 없애고 실내공기를 정화한다는 차원에서 초를 켜 두는 경우가 많다. 주최자 입장에서는 손님 중에 종교, 채식주의, 알레르기 등으로 특정음식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행사장 도착은 정시에 하되 1~2분 일찍 오는 것은 무방하며, 종료 후 조금 일찍 떠나는 것이 지나치게 오래 있는 것 보다 낫다.

넷째로 악수예절이다. 아랫사람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다. 이성 간에는 여성이 먼저 손을 내밀 때 악수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반드시’는 아닌 것으로 변했다. 악수를 두 손으로 꼭 잡아서는 안되며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로, 명함을 건넬 때는 서열, 직급 또는 계급이 낮은 사람이 먼저 건넨다. 소개된 사람과 방문자가 먼저 두 손으로 정중하게 건네야 한다. 한 손으로 건넬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고 왼손이 오른손을 받치는 자세로 하되 동시에 주고받을 때는 오른손으로 주고 왼손으로 받는다. 명함을 교환하고 바로 회의로 이어질 경우 회의 중에는 명함을 탁자에 놓아두어야 하고, 종료 후에는 상대방 명함들을 잘 챙겨가야 한다.

여섯 번째로 계단과 승강기 예절이다. 계단을 오를 때는 상위자가 앞장서고, 내려갈 때는 그 반대다. 남녀가 함께 올라갈 때는 남성이 앞장서고, 내려갈 때는 여성이 앞장선다. 승강기에서는 들어가면서 왼쪽 안쪽(층 누르는 계기판에서 먼 쪽)이 상석이고, 상사나 연장자가 먼저 타고 먼저 내리도록 배려한다. 안내원이 없는 경우, 하위자가 먼저 타서 ‘Open’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좌석 배치인데, 의전 서열을 따지는 공식 행사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고, 사석인 경우에도 의도적인 무례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각별하게 주의해야 한다. 출입구보다는 안쪽이, 창문 밖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상석이다. 주빈은 주최자나 주인의 오른쪽(상석) 또는 정면 맞은편에 앉혀야 한다. 여성은 일자 테이블의 경우 가급적 맨끝에 앉히지 않아야 한다.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는 경우 헤드테이블에 가까울수록 상석이고, 주최자의 눈을 볼 수 있는 자리가 그 테이블에서 가장 상석이다.

박철민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 포르투갈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