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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19)]교사 말하기

2024-09-06     경상일보
▲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국립 사범대에 입학해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과 대학에서 사십 년 넘게 교직에 있다가 퇴직한 지 이 년 반이 지났다. 학교를 떠나보니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귀한 자리인지 새삼 알게 됐다. 공자의 군자 삼락 중 세 번째가 제자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 했다(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눈이 초롱하고 천진난만한 학생들 앞에 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즐겁고 감사한 일인가.

교사는 말로 살아가는 직업이다. 교사의 말은 어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학생에게 큰 영향을 준다. 교사가 무심코 한 말이 학생에게는 평생 잊지 못하는 아픈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칭찬의 말 한 마디가 그들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교직이 어렵고 힘든 것은 학생 개개인의 성격과 생각과 삶의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똑 같이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 교사들은 공부 잘하고 유복한 가정의 학생과 착한 학생들에게 눈길과 관심을 많이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사는 가정환경이 어렵고 성적이 떨어지고 힘들어 하는 이에게 관심을 더 주어야 한다. 교육이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을 불러내 주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주는 것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천부적 잠재 능력을 똑같이 길러내 주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편애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아도 문답법보다 더 나은 교수법은 없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질문하게 만들고 거기에 성의껏 답해 주어야 한다. 학생이 어떤 질문을 하든 ‘참 좋은 질문(생각)이다’를 앞에 달아주어 학생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어야 한다. 또 교사는 학생의 입장과 상황에 공감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감은 어떤 말하기에서도 중요하다. ‘그것도 못하냐’, ‘다 그런 거야’ 보다 ‘그럴 수 있겠다’ ‘참 힘들었겠다’ ‘같이 생각해 보자’와 같은 공감말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학에서 보상과 강화 같은 이론이 많지만 칭찬보다 더 좋은 강화나 보상은 없다. 벌은 최소화하고 상(칭찬)은 최대화해야 한다. 부정적 질책보다 ‘참 잘했어요’. ‘잘할 수 있어요’와 같은 긍정적 자신감을 길러주는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말은 ‘하라체’보다 ‘해요체’를 또 ‘우리~하자’와 같은 간접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늘 머리에 두어야 한다.

교사는 수행자다. 따라서 남들처럼 함부로 말해서도 안되며 남들처럼 함부로 행동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예부터 교사는 남의 스승이 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뜻의 사범(師範)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교사는 힘들지만 또 그만큼 보람된 직업이다. 이제 가르치는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하니 교직에 있을 때 더 잘하지 못한 것이 늘 아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