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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48)]소캐(솜)버섯을 아시나요?

2024-09-09     경상일보
▲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몇 년 전 가지산 석남사 상가의 원준이 할매한테 1990년대 초 이맘때 행정마을 사람들 10여 명이 소캐버섯인 줄 알고 야생버섯을 먹고는 집단 중독되어 언양 큰 병원에 입원하고 전국 방송에도 나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캐’는 ‘솜’의 경상도 지역 말인데, 소캐버섯은 버섯도감에는 없고 국어사전에 솜 모양의 버섯이라고만 나와 있었다. 그러다가 김정한의 단편소설 <사하촌>에서 다음 글을 찾았다.

‘그중 제일 익숙한 것은 역시 가동댁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까투리처럼 그 산을 싸다닌 만큼, 어디는 어떻고, 어디는 무슨 버섯이 난다는 것을 환히 알기 때문에 언제든지 남의 앞장을 서 다니면서 값나가는 송이라든가, 참나무 버섯 따위부터 쏙쏙 곧잘 뽑아 담았다. 다른 여자들은 부러운 듯이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한 광주리 가득 채워 이고 이십 리나 넘어 걸어야 겨우 한 이십 전 받을 둥 말 둥한, 소케(/캐)버섯, 싸리버섯 등속을 딸 뿐이었다.’

필자는 소캐버섯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원준이 할매에게 버섯도감과 이맘때 나는 여러 가지 버섯을 보여주면서 알아본 결과 그것은 바로 ‘다발방패버섯’이었다.

▲ 영축산 골짜기에 핀 다발방패버섯.

이 버섯은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양지바른 솔밭 바닥에 나는 것으로 갓은 지름 5~15㎝이고 두께 1~3㎝로 크고 두툼한 육질이다. 또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 줄기가 자라나서 전체적으로 지름 30㎝, 높이 15㎝에 이르는 황백색의 큰 버섯이다. 손바닥만 한 버섯이 중첩하여 수십 m에 이르도록 나므로 지게 하나를 채울 만하고, 한 번 데쳐서 요리하면 약간 쓰기는 하지만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버섯이 소매를 휘날리며 춤추는 인형을 연상한다고 하여 닌교타케(인형용, 人形茸)라고 하며 또한 이것이 나타나면 그 산에서는 더 이상 송이버섯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송이 산주들은 역병처럼 여기면서도 이 버섯을 별미로 판매하고 있다. 소캐버섯은 가을철 땅에서 발생하는 송이, 능이, 까치버섯, 만가닥버섯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전통 식재료로써 활용할 바를 찾아볼 필요가 있는 버섯이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