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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 지령 10000호 릴레이 칼럼]산업수도·예술문화의 도시와 함께 걸어 온 신문

2024-09-09     경상일보
▲ 박종해 시인·전 울산예총회장

앞 부분 생략­/ 쉬임 없이 해와 달이/ 맑고푸른 바닷물에 씻기어 떠올라/ 온 누리에 빛을 뿌리는 국토의 맨 끝에서/ 정론직필의 빛나는 말씀의 길을 여노니/ 오! 경상일보, 경상일보여!/ 어둡고 적막한 길 위에 화안히 등불을 들고/ 자주와 창의의 피륙으로 짠/ 가장 견고한 북을 울려라/ 무지와 왜곡, 불의와 불신의 담을 넘어서/ 동과 서, 남과 북 편견과 이념의 벽을 넘어서/ 춘추필법의 말씀을 전하라/ 가장 확실하고 가장 빠르게/ 날마다 새롭게 들리는 말씀을 전하라/­뒷부분 생략

-창간축시 ‘빛나는 말씀의 길을 여노니’ 중의 일부
 

▲ 1989년 5월15일 경상일보 창간특집에 실린 박종해 시인의 ‘창간축시’.

위의 시는 1989년 5월15일 경상일보 창간특집에 실린 나의 졸작 ‘창간축시’의 일부이다. 무려 53행이나 되는 긴 시로서 다소 격앙된 어조로 씌어진 것을 보면, 그 당시 신문이 없던 고장에 처음으로 신문이 창간되어 많이 감격스러워 했던 것 같다. 나이 사십 중반에 쓴 시라서 직설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시이지만 지금 읽어 봐도 감격스럽다.

경상일보가 창간된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만호를 돌파한다니 참으로 감개 무량하다.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울산시민을 위해 봉사해온 경상일보 여러분께 축하와 더불어 감사를 드린다.

다 같은 통신매체이지만, TV나 라디오는 눈과 귀를 스쳐지나가는 것이라서 뉴스만 하더라도 그 시간을 놓치면 듣고 보는 것이 어렵다. 녹화를 해서 듣거나 볼 수는 있지만 일반인으로선 용이한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그 당시 실정으로 볼 때 울산에서 맨 처음 신문의 출현은 우리 생활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일대 변혁이 아닐 수 없었다. 퇴근해서도 신문을 읽고 여러가지 생활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저녁이나 아침에 신문을 읽는 즐거움은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인 생활 변혁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밀려 신문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 때는 버스나 기차 안에서, 공원 벤치에서, 휴게실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출발하여 지금은 명실공히 ‘산업경제의 수도’로 칭하며 발전해온 이면에는 경상일보가 일조하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낙후된 예술문화가 눈부시게 발전하여 오늘날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하여 산업경제와 더불어 예술문화가 균형잡힌 도시로 변모한 것은 경상일보가 북돋우고 고무하고 홍보한 것이라 여겨진다.

울산예총만 하더라도 문학·미술·음악·국악·무용·연극·연예·사진·건축·영화 등 10개 단체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것도 울산의 모든 신문과 함께 경상일보가 이들을 홍보하고, 격려하고, 위상을 높여준 덕분이라 생각된다.

이제 80대 중반에 들어서서 나의 문학생활을 뒤돌아보며 정리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그 동안 각 신문지상에 게재된 기사나 나의 시와 칼럼 등을 스크랩하여 모아 둔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였다. ‘시가 있는 토요일’ ‘시가 있는 월요일’ ‘시를 읽는 아침’ 등의 문화란에 나의 시가 소개되어 있었고, 나의 시들이 게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반구대’ ‘경상시론’ 등에 내가 쓴 칼럼을 다시 한 번 읽고 회억에 잠기기도 하였다. 또한 나의 문학활동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이 기사를 쓰느라 노심초사 했던 문화부 기자들님들의 노고를 생각하고 시골 한 구석에서 외롭게 문학에 매달렸던 나를 이렇게 부각시켜준 기자님들께 고마움을 느꼈다.

울산의 문학만 하더라도 그 당시 문인들의 수효도 적었지만 겨우 1년에 한 번 발표할 수 있는 울산문인협회 기관지인 <울산문학>과 <변방>이란 시 동인지 그리고 수필 동인지가 있을 뿐이었다. 발표기회가 없던 문인들에게 신문은 문학발표와 문인들의 홍보에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그 중심에 경상일보가 있었던 것이라 여겨진다. 그 당시 지방 문인으로선 출판하기가 극히 어려웠던 ‘민음사’에 나의 시집을 출간하였을 때 정명숙 그 당시 문화부 기자님이 경상일보 일면을 할애하여 대서 특필 게재한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김창식, 박철종, 서대현, 이재명, 전상헌, 홍영진 제씨들이 나의 문학활동을 기사화하여 소상하게 소개하고 빛내준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나의 보잘것 없는 문학활동에 경상일보가 많은 정신적 지원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오늘날 종이 신문은 쇠퇴해가고, 가짜뉴스와 정제되지 않은 부도덕한 유튜버가 극성인 시대에, 종이신문의 육성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일반인들이 여러 통신 매체 중에 종이신문의 특별한 기능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불의와 부정을 고발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을 치유하며, 정직하고 밝은 사회를 지향하는데 신문이 일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소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폭넓은 교양과 삶의 가치, 기쁨과 즐거움의 행복한 삶을 고양하는 신문의 특수성이 사라지는 날, 인간은 어둠 속에서 방황할 것이라 예견한다면 나의 생각이 부질없는 기우일까.

여러가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창간 이후 일만호를 돌파하는 경상일보에 다시 한 번 위로와 축하를 드리며 우리 울산의 산업경제는 물론 예술문화뿐 아니라 과학·교육·체육 등 시정 전반에 걸쳐 지대한 공헌을 하여 온 경상일보에 무한한 찬사와 무궁한 발전을 빈다.

박종해 시인·전 울산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