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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85]]10부. 운명(10) - 글 : 김태환

2024-09-13     이형중

“그렇소. 일본인들은 더 이상 백운산 아까다마를 캐어가서는 안되오. 그 돌은 우리 조상들의 혼이 담겨 있는 것이오. 백운산 자체가 해를 품고 있는 신령한 산이란 말이오.”

“그래서 당신이 일본인 광산 오야지를 두드려 패고 아까다마를 훔친 것인가?”

“그건 내가 아니오. 하지만 누가 그랬던 그건 훔친 것이 아니오. 훔치는 것은 일본사람들이오. 이 땅의 물건을 함부로 캐내가는 게 훔치는 것이지요. 자기 물건을 찾아가는 것을 훔치는 것이라 하면 안 되지요.”

김일환의 목소리는 매우 단호했다. 마츠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센징이 일본순사 앞에서 겁도 없이 지껄인다는 가소로운 표정이었다.

“일본인이 훔친다고? 일본인들은 조센징처럼 남의 물건을 훔칠 줄 모른다. 아까다마는 광구권을 산 뒤에 합법적으로 채굴을 하는 것이다. 억울하거든 법정에서 따져라.”

두 사람의 대화가 더 이상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았다. 나는 간신히 마츠오를 자리에 앉게 한 뒤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자고 달랬다. 자리에 앉은 마츠오가 잠잠하자 김일환은 다시 목이 탄지 개울에 가서 물을 더 마시고 왔다.

“어서 다음 이야기를 해보아라. 연화산에서 잡힌 연놈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김일환은 마츠오의 재촉에 다음 그림을 짚었다. 사람의 얼굴모양 그림이었다.

사람을 죽인 자는 무조건 추방이었다. 남매간에 정을 통한 것도 중죄이고 남의 아내를 탐한 것도 중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여섯 개 마을의 촌장들은 두 사람을 먼 바다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다시는 이 땅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거기에 두 사람 뿐만 아니라 그 어미와 아비 그리고 아비의 형제들까지 포함하니 열다섯 명이나 되는 인원이 포함되었다. 무리들은 커다란 배에 태워져 큰 바다로 보내졌다. 간음을 해 문제를 일으킨 사내는 떠나가는 배 안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돌아와서 붉은 돌을 다 차지할 테다.”

사흘의 아내였던 여자는 이미 수태를 하여 배가 조금 불러오는 상태였다. 그 씨가 사흘의 씨인지 그 오래비의 씨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무리들이 먼 바다로 떠나가고 난 뒤 고래잡이 마을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다섯 개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고래잡이 마을 사람들과 혼인 맺는 걸 꺼렸다. 마을 사람 수가 줄어드니 고래를 잡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먼 바다로 떠나갔다니 거기가 어디를 말하는 것이오?”

마츠오가 김일환의 이야기를 끊고 물었다. 김일환은 당당하게 그곳이 일본 땅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제기럴. 일본에서는 그런 불결한 사람들을 받아들였을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