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이런생각]예술교육의 씨앗을 뿌릴 토양이 사라지고 있다

2024-09-19     경상일보
▲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2023년 7월 필자가 썼던 이런생각 원고의 제목은 ‘내가 뿌린 예술의 씨앗은 잘 자랄까’였다. 일정 비율의 기존 경력 학교예술강사를 해고하겠다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학교예술교육지원사업의 축소를 우려하던 내용이었다. 다행히 그 계획은 많은 학교예술강사들의 노력과 국회의 협조 등으로 철회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안타깝지만 2024년 가을 학교예술강사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당시에 했던 걱정이 예술교육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가 하는 ‘성장’과 ‘지속’에 관한 우려였다면, 지금은 학교예술강사들의 ‘생존’과 이 사업의 ‘존폐’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2025년 학교문화예술교육 관련 예산으로 80억8700만원을 편성했다. 이것은 2024년보다 50%가 삭감된 데 이어 72% 추가 삭감으로 2023년 대비 86%의 금액이 삭감된 것이다. 이 금액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이 처음 발돋움하던 20년 전 수준이다. 문체부는 학교 관련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단계적 이관을 계획하면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한다. 이 사업 예산은 국고, 지방교육재정, 지방비로 구성돼 있으나 삭감된 문체부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과 지방비로 충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무를 담당하는 각 지역의 운영기관의 공모가 8~9월에 이루어지는데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인 것으로 보아 현재 17개의 운영기관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역 교육청에서 기존 예산을 유지해준다는 전제하에 2025년의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올해의 50~70% 수준의 시수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이대로라면 그다음 해에는 이 사업을 없애려 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울산교육청에서는 예산 증액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다만 한 지역의 교육청에서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 예산 확보에 있어서 정당한 근거 마련을 위해 많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점이 우려로 남는다.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은 예술가들이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자신이 가진 예술성을 발휘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긍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일상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문화, 예술, 체육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분야는 전문가들이 가르쳐야 한다. 문체부와 기재부,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간의 예산 싸움의 피해는 학교예술강사는 물론,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빼앗긴 학생, 사교육으로 대체해야 하는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예술이야말로 아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고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교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아이들이 긴 시간 일상을 보내는 장소, 학교에서 말이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