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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20)]친구 말하기

2024-09-20     경상일보
▲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2500년 전부터 우리에게 경전처럼 읽혀 온 논어 첫 장 둘째 구절에 ‘친구가 먼 길에서 왔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이 나온다. 책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니 그만큼 중요한 말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소꿉친구부터 초중고등 대학과 사회에서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맺으면서 살아간다. 불현듯 친구가 찾아왔을 때 신발을 거꾸로 신고 뛰어나올 만큼 친한 친구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나도 그렇게 해 줄 친구는 있을까.

친구 사이의 말하기에 대한 가르침은 논어에서 잘 제시하고 있다. 친구는 유익한 친구가 있고 손해되는 친구가 있다고 하면서 ‘성정이 바르고 성실하며 아는 것이 많은 이를 벗하면 유익하고 겉만 내세우고 한 쪽으로 치우치며 아첨말을 잘하고 실속없이 떠벌리는 헛말만 잘하는 이를 벗하면 유익하지 않다’라고 했다. 여기에 친구 말하기의 가르침이 다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논어에는 자유라는 공자의 제자가 말한 친구 말하기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 간언을 자주 하면 곤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와 사귐에 있어서 충고를 자주 하면 사이가 소원해지게 된다.”고 했다. 또 이와 비슷한 말로 자공이 공자에게 친구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길, “친구가 잘못했을 때 진실된 마음으로 충고하라. 한두 번 충고했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이제 그만 하라. 충고한다고 자꾸 하게 되면 공연히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우리는 친구 사이면 무슨 말이든 이해하고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 친구에게 충고하거나 조언할 때는 진심으로 하되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어떤 관계든 사소한 말 한 마디에 돈독했던 관계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그리고 칭찬말은 모두가 좋아하듯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친구 앞에서 칭찬하기보다 친구 등 뒤에서 칭찬하는 것이 진정한 칭찬이다.

또 하나, 친구의 오래된 습관이나 생각을 자기에게 굳이 맞추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남으로부터 간섭받기를 싫어하니 넓은 마음으로 ‘그러려니’ 하면서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친구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욕심은 자칫 귀한 친구를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친구는 성경의 사랑장에서 말한 것처럼 자랑하지도 않고, 시기하지도 않으며, 잘난 척도 하지 않으며, 성내지도 않으며, 유익함을 구하지도 않고 오래 참아야 한다. 우정도 사랑이기 때문이다. 오래 만나지 않아도 금방 만난 듯 편안한 친구, 어떤 말을 해도 마음에 한 점 걸림이 없는 친구, 나의 행불행을 동행해 주고 공감해 주는 그런 친구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좋은 친구가 되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를 돌아보면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일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