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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의 유유자적(5)]유니스트의 울산에 대한 도의적 책무

개교 15년만에 세계적인 명문대로 성장 울산지역에 대한 도의적 책무는 등한시 인재양성 통한 지역사회 기여 고삐 죄야

2024-09-24     경상일보
▲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 원장

박종래 UNIST 제5대 총장은 지난 8월14일 열린 취임식에서 “UNIST 를 미국 스탠포드와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키워 울산의 자부심으로 만들겠습니다”고 했다. 2024년 세계 대학 랭킹(The Times Higher Education(THE) Ranking 기준) 에 의하면 스탠포드 대학은 2위이고 유니스트는 199위며 국내 대학 랭킹은 포스텍 다음인 6위다.

유니스트는 개교 15년만에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명문대학으로 성장했고, 울산시민들은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정진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교수들의 우수한 성과를 통해 국내와 국제적 위상을 드높임으로써 울산에 기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추가해 유니스트는 울산에 대한 도의적 책무를 인식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먼저 이 같은 책무가 생긴 이유를 거론하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역 고교 졸업생들의 절반 이상이 외지로 나가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울산시민들이 10년이 넘게 국립대학 설립 운동을 절실하게 전개한 결과로 유니스트는 2009년에 개교하게 됐다. 산업수도 울산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협력 수요에 부응하게 하려는 것이 설립 목적이었다. 국립대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각계각층이 합심해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지난 7월8일자 필자의 칼럼 ‘유니스트는 울산에 무엇을 기여하는가?’참조) 하지만 개교 7년째인 2015년 3월에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돼 국가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와 고급과학기술 인재 양성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울산의 입장에서 볼 때 지방국립대학과 과학기술원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 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이 같은 전환 과정에 울산시민들의 여론 수렴 과정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국립대학을 설립하려 했던 원래의 취지는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시절 ‘청년인구 유입과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해 종합대학 울산 이전 유치’를 공약했고 김두겸 시장도 그러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유니스트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원래의 설립 목적에 최대한 기여해야 하는 도의적 책무가 있다.

포스텍은 1994년부터 시작한 최고경영자 과정을 통해 2022년까지 총 45기 1005명의 지역 경영인들에게 기술경영혁신 교육을 실시했고 올해 3월에도 45명의 신입생을 모집해 입학식을 거행했다. 이에 반해 유니스트는 필자가 재직시 시작했던 과정이 6기를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상태다. KAIST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정규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센터는 3년 전부터 직장을 잡지 못한 청년을 모집해 5개월간 교육하며 반도체 설계 교육센터도 청년들에게 4개월간 교육하는데 거의 모든 수료생이 취업한다. 이렇게 KAIST가 길러내는 비정규 과정 인력이 매년 300명 정도이다.

DGIST는 경북도 및 구미시와 협력해 2024년 하반기 중 금오테크노밸리 내에‘DGIST 경북구미캠퍼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산업을 필두로 구미 5대 미래신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려는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미래 첨단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울산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이자 필수요소다.

스탠포드대학은 학문적 명성뿐만 아니라 산·학 협력의 대표적인 예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HP·구글·시스코·인스타그램 등을 스탠퍼드대 출신들이 창업했고 인근의 실리콘밸리에 우수 인재를 공급하여 미국 하이테크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유니스트도 국가 과학기술원 역할 외에 교육원을 설립해 지역 인재양성, 창업 교육, 기업체 종업원 재교육, 경영자 교육, 청소년 교육, 시민 교육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할 수 없다고 이 같은 도의적 책무를 방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독립채산제를 통해 유니스트의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원윈방식을 찾아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명심하자.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