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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60)]K-팝 스타의 성공스토리와 그늘 : 입양아 영웅재중

어린시절 딸만 8명 있는 집에 입양돼 양부모 정성과 사랑속에 가수로 성공 친모 친자소송으로 입양 사실 드러나

2024-09-25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얼마 전 우연히 본 KBS2 프로그램 ‘편스토랑 김재중 편’은 필자에게는 잔잔한 감동이었다. 미국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역경을 딛고 꿈을 성취하는 ‘어메리컨 드림’과 IT업계의 아이콘이며 입양아인 스티브 잡스의 성공 스토리가 떠올랐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아동 중심 ‘개방입양’ 개념이 엿보이는 프로그램이었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한국은 2000년 이전에는 대부분 비밀입양으로 진행되다가, 2000년 이후에는 입양 사실을 주위에 공개하는 공개입양(Disclosed Adoption)으로 발전한다. 최근 경향은 개방입양(Open Adoption) 방식으로 입양 사실을 주위에 공개할 뿐만 아니라, 입양 아동-입양 부모-친생부모 등 입양의 세 당사자가 만남, 편지 등의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입양 아동에게 입양 사실 공개와 세 당사자 간 교류가 아동의 정체감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각종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시청 프로그램은 정확히 말하면 ‘신상출시 편스토랑’이었는데, 가수 겸 배우인 김재중의 효심 이야기였다. 여기에 본가로 소개된 화려한 4층 집은 그가 성공해 부모님께 선물한 집이었고, 특별 보양식 ‘능이 꽃갈비탕’이 소개되었다. 시청자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재중은 2004년 ‘동방신기’ 멤버로 데뷔했고, 현재 ‘JYJ’의 멤버이며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케이팝 스타다. 그는 노래뿐만 아니라, 노래의 작사, 작곡, 편곡에도 재능을 발휘하고, 여러 편의 영화에 주연을 맡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가수와 배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직접 연예 기획사를 설립하고, 자신이 키워온 신인 아이돌 그룹 출범 준비를 하는 회사 최고 전략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영 앤리치’라는 꿈을 이룬 아이돌의 성공 스토리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가정사는 순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어린 시절 딸 8명이 있는 집에 외아들로 입양됐다. 재중은 양부모의 정성과 사랑으로 성장해 가수가 되었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화제를 모았다. 2006년경 재중의 친부모 쪽에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팬들을 중심으로 “아들을 등쳐먹는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친부모 쪽에서는 재중의 군대 입대와 관련해 이중호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가 부모들 간의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자, 재중은 “지금까지 길러주신 부모는 물론 낳아주신 어머니와도 잘 지내왔기에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김재중으로 남고 싶고, 앞으로도 김재중으로 살고 싶다. 양쪽 부모님이 한 가족처럼 사랑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재중은 현대사회의 입양 개념에 맞는 선택을 했다. 법률적으로 보면, 친생부모의 성과 본을 유지하는 일반 양자가 아니라,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는 친양자를 선택한 것이다. 낳아준 정보다 기른 정을 우선시했다고 본다.

한편, 생모는 재중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2009년 ‘여성동아’와 인터뷰에서 노래 실력이 좋은 생모는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아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생모 오씨는 TV조선의 ‘대찬인생’과 MBN ‘감동실화 인생극장’에 출연해, 자신의 슬픈 인생과 아들 입양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았다. 이때 재중은 ‘원 키스(One Kiss)’로 5개국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을 때였다. 생모가 과거 슬픈 가족사를 공개적이고 반복적으로 대중매체에서 노출시키는 것은 자유이겠지만, 팬들과 양부모의 입장에서는 조금 거북한 일일 수도 있겠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