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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수돗물과 생수 그리고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유해성과 허용기준 국제적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과도한 공포감 조성에 반론 제기도

2024-09-25     경상일보
▲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투명하고 무색무미한 액체인 물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물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무엇이 함유되어 있는지, 어떻게 정수되는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볼 때 깨끗하고 안전한 물만큼 건강에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러한 물이 오염되면 인간의 생명에 크나큰 위협이 된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생수 판매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으며, 외국인을 상대로 제한적으로만 판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크게 부각되었고, 또한 노화된 수도관으로 인한 오염 발생 사건이 자주 일어나면서 결국 생수 판매를 허용하였다. 이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병에 든 비싼 생수를 따로 사서 마셨다.

생수란, 사전에서 정의하기로는 ‘샘에서 솟아 나오는 자연 상태의 물’을 뜻하며 광천수, 온천수 뿐만 아니라 해양심층수, 만년설을 녹인 물 등 첨가물을 넣지 않은 소독할 필요가 없는(소독해야 한다면 자외선 복사 이용) 물을 포함한다. 시판되는 생수는 식품으로 간주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안전성이 단속된다.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약 2조3000억원(56억개의 생수 페트병)대로,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커졌다. 수돗물에 대한 과도한 불신이 생수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3종의 생수 각각 1ℓ에서 7종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24만개나 나왔고, 이 가운데 나노플라스틱이 90%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였다.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페트병 자체와 오염 물질을 차단하는 데 사용하는 삼투막 필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어지는 여러 연구에서, 신체 각 기관 조직 및 산모의 태반에서까지 미세플라스틱 검출,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위험 증가를 확인하였고, 지난달 미국 뉴멕시코 대학 연구팀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장기보다 뇌조직에 훨씬 더 많이 쌓이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치매로 사망한 사람의 뇌 샘플에서는 건강한 뇌보다 10배 이상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하였다. 계속 증가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잠재적으로 엄청날 것이 예상되며, 시급한 문제 해결이 요구된다.

그러나, 초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표준화된 측정 방법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이 세포와 어떤 작용을 하는 지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과 허용 기준에 대해서조차 국제적으로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과도한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세종대학 자연형 수처리 연구실에서는 수돗물이 생수보다 더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되기 때문에 더 깨끗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유럽 국가는 74%, OECD 평균은 51%가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오스트리아 다뉴브대학 의학 연구팀은 플라스틱 대신 수돗물을 마시면 혈압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혈류 내 미세플라스틱 입자수가 감소해 잠재적으로 혈압이 낮아진다고 하였다.

전 세계인들은 지금 미세플라스틱 속에 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생활 속뿐만 아니라 남극의 얼음부터 북극의 눈까지 지구 모든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온실기체 배출, 그리고 앞서 언급한 미세플라스틱 조각으로 인한 건강 문제 등 플라스틱은 인류 미래의 난제로 다가오고 있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