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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업계 최고 제시안 거부한 HD현중노조, 교섭 장기화 빠질라

2024-09-26     경상일보

HD현대중공업 노사의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늦어지고 있다. 회사측은 25일 열린 제23차 교섭에서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400만원, 상품권 30만원, 성과금 지급 기준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제시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교섭장에서 회사 제시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1차 제시안에 비해 기본급은 2만500원 올렸고 변경된 성과금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측에 따르면 올해 조선업계 임금인상 합의안이나 제시안 중 최고 수준이다. 추석 직전 타결한 동종사에 비해 기본급 인상액이 높을 뿐 아니라 격려금과 성과금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사측이 업계 최고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별다른 검토조차 하지 않고 거부했다는 점에서 노조가 진정으로 교섭 타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노조가 당초 요구안인 15만9800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을 고수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한다는 태도라면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

조선업에 십 수 년 만의 초호황, 이른바 슈퍼 사이클이 오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약 50% 상승해 조선업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실적개선 속도는 기대에 비해 다소 더딘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3.2% 수준으로, 본격적인 호황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되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제 회사측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낸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 수준에 가까운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성과금 지급 기준을 한층 개선할 것도 제안했다. 이제는 노조가 화답할 때이다. 오랜만의 경기 회복으로 조합원의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조속한 교섭 마무리를 원하는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새 제시안이 업계 상황에 비춰봤을 때 객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 아닌 만큼 노조는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을 때다. 조합원들의 뜻을 물은 뒤 제시안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나오면 그 때 추가 협상에 나서도 늦지 않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고수한다면 교섭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장기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조합원들은 물론, 조선 경기 회복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 또한 저버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