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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기피 일자리 ‘경로당 급식 도우미’, 마을부엌을 주목하자

2024-09-26     경상일보
▲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윤석열 정부가 올해 5월 ‘경로당 주 5일 급식 실시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에는 주 3일만 지원했다. 이번 조치로 연간 160㎏ 지급하던 쌀을 240㎏으로 늘렸다. 경로당 급식의 쌀은 정부가, 부식비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에 15만원 정도가 주어진다. 이 돈으로 사실상 일주일 치 반찬을 마련해야 한다. 텃밭이나 마당에서 경작한 채소를 공수하고 자비로 조리한 밑반찬을 보태기도 하지만 영양 공급 구조가 심각하다. 일부 경로당에서는 라면에 찬밥을 말아 끼니를 때우는 날들이 이어진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민자치위원회, 복지기관, 기업, 민간단체에서 쌀과 부식을 지원하지만 한시적이다.

윤정부는 조리 인력 배치도 늘리겠다면서 국비 38억원을 추가했다. 그러나 경로당 곳곳에서 밥할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은정 박사(농촌사회학)는 8월8일자 경향신문 기고에서 “노인 25명의 점심을 책임졌던 여사님이 가져간 임금은 고작 69만원. 59만원은 지자체가 지원하고 나머지 10만원은 경로당 노인들이 보탠 돈”이라고 전했다.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장보기와 실제 근로시간으로 측정되는 음식 조리, 설거지까지 책임지는 대가가 69만원이다. 그나마 농어촌 경로당은 시장과 소매점이 멀어 장보기도 쉽지 않다. 더 꺼릴 수밖에.

이처럼 턱없이 부족한 부식비도 문제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는 경로당 급식 도우미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을 활용해서 모집하고 있지만 월 10회, 3시간 근무에 30만원 정도 받는 경로당 급식 도우미는 기피 일자리다. 노노케어, 마을청소, 주차관리 같은 일자리에 비해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장보기와 뒷정리까지 마치면 보수가 주어지는 3시간으로 어림도 없다. 15만원으로 일주일 치 장보기는 답 없는 숙제와 같다. 정 박사는 이를 두고 9월7일 팟캐스트 채널 ‘그것은 알기 싫다’에 출연해서 “(경로당 급식) 장을 보러 나서면 어묵과 콩나물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야 할까? 쌀 몇 포대 더 얹어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이제 단선적인 지원을 넘어 마을 곳곳에 존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을 활용해야 한다. 이들 조직이 마을부엌(커뮤니티 키친)을 설치하고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아동,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취약계층에게 급식과 도시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서울 노원·관악·마포구, 부산 진·동구, 대전 유성구, 광주 서구, 경기 부천시, 충북 진천군, 전북 전주시, 제주 서귀포시 등 사례는 다양하다. 대안 마련에 관한 노력이 없었을 뿐이다. 경로당 급식 문제, 마을부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